[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닷새간의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 11일,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경제장관회의에서 담뱃값 인상안을 확정하기 직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이같은 내용을 보고, 여당의 협조를 구했다. 이날 정부와 여당 안팎에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직전까지 정부안은 '1500원 인상'이 유력했다. 최고위에 참석한 일부 정부 측 관계자들은 1500원 인상안이 담긴 문건까지 들고 있었다. 어찌된 까닭일까?
16일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1500원 인상안과 2000원 인상안 등 두개 안을 들고 최고위원회에 참석했다. 전날까지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담뱃값 인상폭을 조율한 끝에 최소 인상폭을 1500원으로 정했지만, 회의 초반 담뱃값 인상에 우호적인 여당내 분위기를 고려해 2000원 인상안을 추가로 보고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는 물론 다른 최고위원들이 '정부가 소신을 갖고 추진하라'며 담뱃값 인상에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였다"면서 "1500원 인상이 막판에 2000원으로 인상된 것은 이같은 분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을동 최고위원은 "2000원 인상은 너무 적다. 더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고, 2000원 인상안에 부정적인 이명수 복지위 새누리당 간사까지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최고위원들은 "2000원 인상은 너무 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새누리당내에서 담뱃값 인상에 동조한 것은 우호적인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리얼미터)를 보면 응답자의 41%가 "담뱃값이 인상되면 금연할 것"이라고 답했고, 35.3%는 "흡연량을 줄이겠다"고 했다. 문형표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 공무원들은 추석 대체휴일인 10일부터 이틀간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연휴인 10일에는 오전부터 세종시 정부청사로 출근해 기획재정부와 담배가격 인상폭을 조율했고, 문 장관도 이날 자정까지 담배가격 인상 발표안 문구를 다듬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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