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추석 연휴동안 하루 세끼를 차례음식으로 식사를 하는게 참 곤혹스런 일이다. 대부분의 음식이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아 속이 불편한 기억도 많다. 그럼 뭔가 맛깔스럽고 고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먹거리는 없을까. 연휴 하루쯤은 고향집 주변 맛집을 찾아보거나 귀성, 귀경때 들려보면 좋은 전통 음식거리를 골라봤다.
◇경기도 이천-임금님 입맛 사로잡은 쌀밥거리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성종이 세종 능에 성묘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던 중 이천부사가 이천 쌀로 수라상을 올리면서 맛이 좋다는 평을 내렸고 이후 진상미의 반열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다산고등학교 앞에서 기치미고개를 지나 3번 국도를 따라 북쪽의 넋고개까지 경충대로변에 이천 쌀밥집이 모여 있다. 돌솥에 지은 쌀밥을 중심으로 간장게장, 갈비찜, 생선구이, 편육, 밀전병 등 밑반찬이 푸짐해서 먹는 즐거움이 넘쳐난다.
◇전북 남원-남원 하면 추어탕이지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20여 개 식당이 모여 추어탕거리를 형성할 정도로 유명한 토속 음식이다. 남원 추어탕은 '새집'을 필두로 조금씩 다른 조리법과 맛을 보여주는 식당들이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물과 시래기를 모자람 없이 주는 인심도 닮았다. 남원 미꾸라지와 지리산 고랭지에서 재배한 추어탕 전용 무청으로 끓여 다른 지역 추어탕과 차원이 다른 맛을 보여준다.
◇전남 나주-곰탕거리와 홍어거리
나주를 대표하는 맛은 곰탕이다. 나주 객사인 금성관 주변으로 곰탕집들이 몰려 있다. 흔히 곰탕 국물이 뿌연 것으로 알고 있는 데 나주곰탕은 말갛다. 나주 곰탕의 국물이 다른 지방의 곰탕처럼 뽀얗지 않고 맑은 것은 소의 뼈 대신 양지나 사태 등 고기 위주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물이 맑고, 달고, 시원하다. 나주시가지 남쪽의 영산포로 가면 나주의 또 다른 별미인 홍어삼합를 만날 수 있다.
◇경남 창원-마산 오동동 복요리거리
오동동에 복어 요리로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고 해장도 하는 '복요리거리'가 있다. 이곳의 복어 요리 역사는 1945년 문을 연 한 식당에서 시작된다. 이후 1970년대에 두세 집이 영업을 했고, 20여 년 전부터 식당이 늘어났다. 복 요리에는 회, 찜, 수육, 불고기, 튀김, 껍질무침, 맑은 탕, 매운탕 등이 있다.
◇대전-구즉여울 묵마을
구즉 도토리묵은 가을식욕을 충족하는 무공해 웰빙 식품이다. 많이 먹을수록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먹거리'다. 유성구 북대전 IC 인근에 자리한 구즉여울묵마을은 묵 전문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채묵밥을 비롯해 묵무침과 묵전 등 다양한 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채묵밥은 소박하지만 든든한 식사로 부족함이 없고, 건강식으로 사랑받는 묵무침과 묵전은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충북 옥천-금강의 맛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
정지용의 시 '향수'로 유명한 옥천은 물고기를 이용한 향토 음식을 선보이는 고장이다. 특히 보청천이 휘감고 흐르는 청산면은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를 내는 식당들이 모여 음식거리를 이룬다. 생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맛도 좋아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
◇대구-안지랑곱창거리
타지에 사는 대구 젊은이들에게 고향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안지랑곱창거리의 양념 곱창구이다. 시장 내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호객 행위 금지 같은 규칙을 정해 젊은이들이 안지랑곱창거리를 찾게 한 원동력이다.
◇강원 강릉-고소하고 부드러운 초당두부마을
바다 향 가득한 강릉 초당마을의 순두부는 바닷물을 간수로 쓰고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제조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초당동 두부마을에는 대를 이어 순두부집을 하는 식당 등이 20곳 가까이 있다. 등 굽은 할머니들이 가마솥에서 콩물을 끓이는 모습은 강릉의 훈훈한 새벽 풍경이다. 정성이 깃든 이곳 순두부의 맛은 고소하고 질감은 몽글몽글하고 부드럽다.
◇전남 순천-넉넉한 국밥, 수육은 덤
순천 웃장에 있는 국밥골목은 넉넉한 인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두 명 이상 가서 돼지국밥을 주문하면 돼지머리 수육을 덤으로 준다. 맛보기가 아니라 둘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돼지머리 뼈를 푹 고아서 만든 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끓여 맑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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