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단축ㆍ대규모 택지조성 중단ㆍ민영주택 청약가점제 사실상 폐지
서민 주거안정 방안도 포함…금융규제 완화 이은 종합대책에 시장 요동칠 듯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박혜정 기자]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줄이고, 수도권 주요 택지 공급을 제한해 주택 공급량 조절에 나서는 등 부동산 시장 띄우기에 나섰다.
또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줬던 민영주택의 청약가점제를 사실상 폐지해 다주택자에게도 청약기회를 확대키로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에 이어 이번에 대책 발표로 사실상 굵직한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모두 풀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사실상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은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며 계류돼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1일 오전 11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만든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9ㆍ1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규제합리화로 국민불편을 해소하고 과도한 부담을 완화시켜 시장활력을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부는 '9ㆍ1 부동산대책'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7시30분 당정협의를 통해 관련 내용을 협의했으며, 같은 시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수도권 주택공급을 줄이면서 도심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다주택자에게도 청약시장 개방을 확대해 주택 매수경쟁을 유발, 집값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은 요동칠 전망이다.
◆서울 재건축 연한 최장 30년으로 줄여=국토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노후 아파트 단지 등 재건축의 걸림돌이 됐던 재건축 연한을 대폭 줄이고 재건축을 포함한 재정비 추진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국토부는 준공 후 20년 이상의 범위에서 조례에 위임돼 있는 재건축 연한(서울시는 최장 40년)을 최장 30년으로 완화한다. 또 안전점검에서 주거환경 평가비중을 종전 15%에서 40%로 늘려 재건축 연한이 다 된 후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생활의 불편이 큰 경우에는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 시 85㎡ 이하 건설의무(연면적 기준 50% 이상) 중 연면적 기준도 폐지키로 했다. 서울시 등이 의무 시행하고 있는 공공관리제도도 공공지원제로 바꿔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이전에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대폭 손질한다.
재개발 사업 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중 연면적 기준도 폐지된다. 또 가구수 기준 의무건설 비율도 수도권은 15%, 비수도권은 12% 등으로 5%포인트 낮춘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 등 재정비 사업 추진이 훨씬 쉬워진다.
◆대규모 택지개발 원천 봉쇄로 주택 공급 줄여=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과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서 장관은 "과거에는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이 주도해 도시 외곽에 대규모 택지를 공급해왔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한 수요가 변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 지역 실정에 맞게 중소규모의 다양한 택지개발을 유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규모 택지 공급시스템인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2017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 또 사업계획 승인 후 착공의무 기간을 5년으로 2년 연장해 땅을 산 기업이나 지자체가 주택공급을 늦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LH 토지은행을 통한 민간 택지 공급시기 조절에도 나선다. 국토부는 올해 수도권에서만 2조원(2만가구 내외) 규모의 택지 매각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하고 있는 국민주택 청약자격도 완화해 세대주 여부와 관계없이 1가구 1주택인 경우 청약을 허용한다.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종합저축 등 4개로 쪼개져 있는 청약통장도 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무주택자 청약가점제도 사실상 폐지=실수요자인 경우 유주택자에게도 청약기회를 늘리고, 복잡한 청약제도는 단순화한다.
특히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가점제 적용 여부를 2017년 1월부터 지자체장이 자율 운영(현행 40% 이내)토록 해 사실상의 폐지가 가능하게 했다. 또 중복 차별 논란이 있었던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감점제도는 없앤다.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형ㆍ저가주택 기준은 전용 60㎡ 이하는 그대로 두되 공시가격은 1억3000만원(지방 8000만원) 이하로 두 배 가까이 상향한다.
1, 2순위로 나눠져 있는 청약자격을 1순위로 통합하는 등 국민주택에 적용하는 6개 순차를 2개 순차로 통합해 단순화한다.
◆서민 대책은 '재탕'…부자 특혜 논란도 예상돼=정부는 집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부동산 대책에 이어 임대주택 단기공급 확대, 임대시장 민간참여 활성화, 무주택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등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발표한 공공임대주택 입주시기 단축(1~2개월), 미분양 주택의 전세전환 유도, 임대리츠 공급(2017년 최대 8만가구) 등 대부분의 서민 관련 대책이 이미 실행되고 있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이어서 서민 관련 내용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이번 대책에 끼워넣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개발 등에서 지자체의 기부채납을 제한할 수 있는 '기부채납에 관한 지침' 마련, 시공사의 자체 보유택지 매입 허용 등과 보금자리주택 등과 같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50% 이상 해제한 수도권 공공택지의 전매제한 및 거주의무를 완화하기로 해 특혜논란이 일 전망이다.
또 재건축 규제 완화와 관련해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가 강남과 목동 등 부유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집값 하락 시에도 담보물만으로 상환의무를 한정하는 '유한책임대출(비소구대출)'을 시범도입하겠다는 것도 모럴해저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시행령ㆍ규칙 등 개정사항은 9~10월께 입법예고하고 법개정 사항은 이달 중 국회제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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