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6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이 외면하고 새누리당은 여·야·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규탄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 9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곧이어 의원들은 청와대 인근에 위치한 분수대 앞으로 이동해 11시쯤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해 재차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목숨을 외면한 채 국가가 있을 수 없다"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요구에 응답할 때까지 유족과 국민의 곁에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악의적인 유언비어로 유족을 폄훼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거짓 선동에도 단호히 맞서겠다"며 "4·16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정치연합의 길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발언자로 나선 우상호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을 만나는 것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나라가 정상인가"라며 "자식을 잃고 피 흘리며 단식하는 저 사람들을 위로하고 배려하라"고 외쳤다. 그는 이어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박 대통령이 바빠서 유가족을 만날 시간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쁘지 않아 3박4일 간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냐"며 "이렇게 오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에게 경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여야가 대화하면 할수록 여당은 '청와대가 반대해서 합의해줄 수가 없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은 '여야가 해결할 문제'라며 도망간다"며 "뒤에선 합의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아놓고, 이런 이율배반이 어디에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여야의 정쟁을 부추기고 뒤에서 조종하는 잘못된 국정운영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같은 당의 서영교 의원도 규탄사를 낭독하며 "세월호 특별법이 가장 기본적인 민생입법이란 판단과 각오로 이 자리에 왔다"며 "말은 '특별법'이라면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으려는 새누리당과 국민을 무시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박 대통령은 각성하라"고 말했다.
이어 나선 진선미 의원 역시 "거대 집권여당과 박근혜 정부는 전례 없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하는 것이 집권당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이어 "딸아이를 억울하게 보낸 아버지가 오늘로 44일째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다"며 "생명을 중시하고 인간을 존중한다면 이제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 일부는 이날 규탄 결의대회를 마친 뒤 세월호 유가족이 농성중인 청운동 동사무소 인근으로 이동해 짧게 대화를 나눴다. 박 위원장은 이어 단식 투쟁 중인 김영오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면담할 예정이다.
또 오후에는 세월호 유가족대책위 대표단과 국회에서 면담을 나눈 뒤 원내지도부 비공개 회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비상의원총회는 저녁 8시30분에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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