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들에 적극협상 촉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권해영 기자]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보상 협상을 진행해 온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협상단에 참여한 피해자 및 가족 일부가 '보상기준을 마련하자'는 삼성전자의 제안에 찬성한 가운데 반올림측은 돌연 삼성전자가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며 거리로 나섰다.
반올림 협상단 대표인 황상기씨는 최근 "삼성전자는 반올림과의 교섭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내용 없는 사과, 형식적 재발방지대책, 피해자들을 가르는 협소한 보상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피해자 유족이 지쳐 떨어져 나갈때까지 시간을 끌지 말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제안에 찬성한 가족들의 얘기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협상에 진전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반면 반올림이 억지스러운 주장을 펼치며 활동영역을 확장하는데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올림 협상단에 참여하고 있는 백혈병 피해자 김모씨는 "최근 반올림 활동가들의 행보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이슈화 해 반올림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삼성전자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도 반올림 활동가들의 이같은 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번 협상때마다 삼성전자가 협상단에 참여한 피해자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보상기준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할때마다 활동가들이 "사과에 성의가 없다, 다시 사과해라", "산재신청자 전원에게 보상해라"라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안을 받아들인 5명의 피해자 및 가족들은 산재신청자, 더 나아가 제보자 전원에게 무조건 보상해야 한다는 반올림의 제안이 억지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활동가들은 보상기준안을 만들 경우 모든 피해자들이 구제 받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피해자 구제 범위 등은 보상기준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며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활동가들이 정말 피해자 구제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8명의 협상단 중 5명이 삼성전자의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서자 반올림측에선 5명에게 협상단에서 빠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반올림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9년을 함께 해 왔다"면서 "피해자인 우리에게 빠지라고 얘기한 것 자체가 반올림이라는 단체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노동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올림측에서 활동가와 의견을 함께 하는 피해자, 가족 대표에만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총 8명 중 삼성전자의 제안을 반대한 3인 중 2인이 반올림측에서 치료비 명목의 후원금을 제공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반올림 내부 기준에 따라 치료비 등이 시급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제안을 수용하자는 의견을 낸 5인은 반올림측에 절충안을 내 놓았다. 절충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활동가를 제외하고 피해자들끼리 삼성전자와의 별도 협상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김씨는 "이번 협상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상처를 받았다"면서 "9년 동안 함께 해왔던 반올림이 정말 피해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피해자 및 가족 대다수가 찬성하는 절충안을 받아들여 조속히 협상을 진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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