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동북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해군력 경쟁만 벌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도자의 이미지 경쟁도 벌이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을 번영으로 이끌 ‘개혁가’로, 아베 신조 총리는 배타적 ‘민족주의자’로 각각 분류되고 있어 시진핑이 일단 판정승을 거둔 것 같다. 배타적 민족주의자는 극우와 보수, 수구,대립과 분열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역할모델은 덩샤오핑=외교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은 지난 20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역할 모델을 덩샤오핑이라는 글을 실었다. 시 주석은 자기 급진적 개혁주의보다는 위대한 개혁가로 상기되기를 원한다고 이 글은 강조했다.
덩샤오핑은 중국을 마오쩌둥 사후 중국을 개혁과 개방의 도상에 올린 인물로 중국에서 추앙받고 있다. 그의 탄생 110주년인 지난 22일을 전후해 중국 매체들은 중국이 문화혁명에서 번영한 국가로 전환하는 데서 한 덩샤오핑의 역할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다뤘다.
관영신화통신은 시주석이 덩샤오핑의 직계라는 점에 주목했다. 시 주석은 한 덩의 탄생 기념 심포지엄에서 덩샤오핑의 가장 중요한 유산 즉 중국적 특징을 가진 사회주의를 떠받들겠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중국은 취약하고 건전하지 못한 부분의 개혁을 하고 외국의 훌륭한 경험은 배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시 주석은 “외국의 나쁜 것을 흡수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외국 경험을 완전히 베끼지는 않겠다”고 단언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개혁을 하되 중국 고유의 체제는 고수하겠다는 뜻이었다.
시 주석은 이렇게 말을 했지만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중국 체제 관리자라기보다는 개혁가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디플로맷은 지적했다. 그래서 시 주석은 자기를 덩샤오핑의 계승자,중국의 위대한 개혁가, 중국의 현대 경제 번영을 책임진 사람으로 그리려 한다.
시 주석은 사실 집권초부터 덩샤오핑 따라하기를 했다.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로 임명된 직후 덩샤오핑의 개혁의 중심지 선전을 방문했다.이는 1992년 덩샤오핑이 개혁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개혁의 시험 대상지를 방문한 ‘남순강화’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덩샤오핑의 동상 앞에 헌화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임무를 더욱 명확히 했다. 신화통신은 20일 ‘국가를 재점화하기 위해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횃불을 든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빈부와 도농격차, 환경문제 등 중국이 당면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 주석은 덩샤오핑에서 물려받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마법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설은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발자국을 따라서 가장 담대한 경제 사회 개혁을 시작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물론 시 주석은 마오쩌둥을 현대 중국 건국자로 존경은 하지만 마오쩌둥을 뒤따르는 당의 지도자로 보이기는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최건 중국의 소설가이자 블로거이며 워싱턴의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의 선임 펠로우인 양헝쥔이 중국의 지도자를 세 가지로 분류한 것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는 덩샤오핑 등 1세대 중국 지도자는 옛 중국을 파괴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창건한 ‘혁명가’로 규정했다. 덩샤오핑이 이끄는 2세대는 마오쩌둥이 남긴 정치유산을 수정하는 ‘개혁’을 대의명분으로 삼은 개혁가였다. 이들은 중국의 핵심 이데올로기나 정치체제는 바꾸지 않으면서 서구의 발전과 경험 특히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였고 성공했다.
시 주석으로 대변되는 3세대 지도자는 혁신가로 평가됐다. 개혁은 굳은 정치체제가 만든 문제 즉 부패와 권력집중, 민주주의 결여를 해결하지 못했다.이 무거운 책무가 시 주석의 어깨에 위에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중국이 앞으로 30년 간 번영과 화합, 안정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과제로 시 주석을 비롯한 현재 중국의 지도자로 대면하고 고심해서 풀어야 할 숙제이고 시 주석은 이 책무를 떠안았다.
◆배타적 민족주의 부추기는 아베 신조=그렇다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떻게 비칠까? 한마디로 ‘배타적’ 민족주의자로 각인되고 있다.
디플로멧은 지난 2월 ‘아베 신조의 민족주의자 전략’이라는 글에서 아베는 민족주의와 역사수정주의로 ‘일본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꼬집은 적이 있다.
아베의 계획은 다름 아닌 전후체제의 청산이다. 아베는 지난 7월 전수방위를 규정한 평화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했다. 이로써 점령국인 미국이 강제한 전수바위 체제는 깨졌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일본의 식민지배로 고통을 받은 국가들의 반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도조 히테키 등 14명의 A급 전범을 포함한 전몰자 위패를 안치한 야스쿠니 신사를 보란 듯이 참배했다. 패전일인 지난 8월에는 공물료를 봉납했지만 그의 각료 2명과 의원 80여명이 참배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일본의 민족주의 감정에 불을 지르고 있다는 게 디플로맷의 진단이다.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겨서 아베는 일본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신감과 애국주의를 심어줄 요량이다.
아베는 전후 체제의 청산 즉 전범 국가인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위해 군사와 외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일본을 복원하고자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를 위해 그는 통렬한 비판에도 ‘민족주의자’를 자처해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베는 두 번째 임기 첫해인 지난해 아베는 ‘소극적 평화주의’에서 국제 평화와 협력에 더 적극 기여하는 ‘적극적 평화주의(proactive pacifism)’을 제안하고 국가안보위원회(NSC) 를 설치하고 국가안보전략(NSS)과 역동적합동군개념을 도입한 방위계획대강(NDPG)을 발표했다.
이 신 개념은 오키나와 동중국해 분쟁도서 센카쿠(댜오위다오)를 포함하는 난세이 제도에서 자위대의 육해공 합동작전과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베는 두 번째 해인 아베는 헌법해석 변경을 했으며,근 반세기 유지돼온 무기수출 3원칙을 폐기했다. 임기 3년째가 되는 2015년에는 아베는 평화헌법 9조를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후 체제 청산을 간절히 바라는 일본 보수우파,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지지가 필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노림수다.
그는 도조 히데키와 부친 기시 노부스케를 비롯한 일본의 전범들이 ‘무죄’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2006년 펴낸 유일한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라는 책에서 그의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전시 지도자들이 가장 큰 책임을 분담해야 하지만 국민 대다수도 군을 강하게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 4월 23일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침공에 대한 국제적 학술적 정의가 없고 개별 국가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전시 일본의 아시아 제국 점령은 ‘침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화 때문이 아님은 분명해졌다. 그것은 자기들이 저지런 잔혹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전후체제 청산만 노리는 배타적 민족주의자 아베의 치밀한 계획의 결과물일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 비록 사회주의 국가지만 혁신을 지향하는 중국의 시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퇴행적인 아베 정권보다 도덕성에서 한 단계 위에 있다고 보는 동조세력이 많은 것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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