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도시 에페스를 거닌다. 바닥에 누운 돌에 새겨진 그림 앞에서 가이드가 멈춰섰다. 그는 다른 돌을 들어 그 옆에다 글씨를 쓴다.
IXGYE.
그리고 물고기 그림을 그린다.
요즘은 컴퓨터의 드라이버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IXGYE(익뒤스, 헬라어로는 ICHTHUS).
8개의 바퀴살이 들어있는 동그라미 표식은 익뒤스의 철자들을 하나로 모아 숨겨놓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익뒤스는 원래 "예수스 크리스토스, 데우 휘토스, 소테르"라고 읽는데,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란 의미이다. 익뒤스는 물고기란 뜻이 되어, 물고기 한 마리를 그려놓기도 한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박해를 받던 시절 기독교도들은 물고기나 저 바퀴살 원통을 그려 서로 신자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교인들이 로마의 눈을 피해 저 그림을 새겨놓고 회합의 장소나 변치않는 신앙을 암암리에 확인했던 에페소의 긴박한 공기를, 저 그림 하나로 느낄 수 있었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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