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대책 쏟아냈지만, 국회 가면 그냥 올스톱
-서비스발전법·세법개정안 등 입도 못 뗀 법안 수두룩
-기재위 등은 법안소위 복수화 갈등으로 심사소위조차 못 꾸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전슬기 기자]최경환경제팀이 '대(對)국회 돌격 앞으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경제활성화를 기치로 내건 최경환노믹스도 결국 입법부 협조 없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절박함의 방증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법안만 30개에 달한다. 여기에 가계소득 증대 3종 세트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의 개정대상 법률은 16개, 135개 서비스산업활성화대책 가운데 법률 제ㆍ개정이 필요한 법률 16개 등을 포함하면 최소 60여개 법안이 연내 통과돼야 한다.
이 중 청와대와 정부는 8월 임시국회에서 최소 20여건 정도가 통과되고 세법개정안을 포함한 나머지는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져 올해 안에는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 계류 중인 법개정안의 처리가 늦어지고 세법개정안과 서비스산업 활성화대책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커질수록 나머지 법안들의 처리도 연쇄 지연되며, 법개정안에 담기는 시행령, 시행규칙 등 세부 후속조치는 무기한 대기상태에 머물게 될 전망이다.
◆5월 이후 본회의 넘은 법안' 제로(0)'= 19대 국회 후반기 시작 이후 이날까지 석달 동안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이 무산되면서 13일로 예정된 본회의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30개 경제활성화법안 가운데 19개 민생법안만큼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중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야당은 의료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가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라며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보험회사에 외국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같은 신세다. 학교밖에 관광호텔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교문위에 발이 묶였다. 생계형 임대인의 생활안정을 위한 소득세법과 주택 분양가 상한제 원칙을 폐지하는 주택법,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폐지법과 도시주거환경 정비법, 금융감독제도 개편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도 시급한 법안으로 꼽히지만 처리는 요원해 보인다.
◆서비스대책 영리화 논란 속으로= 경제자유구역에 복합리조트 설립을 지원하고 투자개방형 병원, 해외유수 대학 국내 유치 등을 담은 서비스산업활성화대책의 관련법률 개정도 험로가 예고된다. 정부는 외국인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광고와 국내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도 허용하는 국제의료 특별법, 외국교육기관 설립 기준을 완화하는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미 원격의료와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교육양극화를 놓고 정부를 비판해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병원들 간 의료정보 공유를 확대하기로 한 건강정보보호 및 활용법도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안전장치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법제정은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논의가 길어질 것이 분명하다.
◆야심찬 세법개정안, 국회선 냉랭= 최경환경제팀의 야심작 중 하나인 세법개정안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소폭 이상 손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사내유보금에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재벌감세 2탄'이라는 비판이 야당에서 나오고 대주주 분리과세가 특혜라는 주장도 있다. 통상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내더라도 국회에서 수많은 의원발의와 함께 심사되면서 정부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경기진작과 민생안정을 위한 세법개정안의 원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법안논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각 상임위 내 법안심사소위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법안들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본회의 표결 전 각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여야의 법안소위 복수화 갈등으로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등은 법안 처리를 위한 기초적인 법안심사소위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법안을 다룰 국회 상임위들이 대부분 법안심사 소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이를 차일피일 미룬다면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로 가는 일정이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우리도 겪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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