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매출 가능하지만 실익 있을지 미지수.. 입찰 앞두고 고민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2일 삼성전자 의 출장전담항공사 입찰을 앞두고 항공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대규모 매출 확보가 가능한 호재지만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미지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맨들 때문에 다른 승객들은 좋은 좌석 및 각종 서비스를 양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삼성맨 출장, 490억원 잡아라= 삼성전자는 12일 출장이 잦은 100개 노선에 대해 출장전담항공사 배정을 위한 입찰에 들어간다.
이번 입찰에 참가 가능한 항공사는 총 27개사다.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사는 물론, 루프트한자·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캐세이패시픽항공·에미레이트항공·에어캐나다·에어프랑스·JAL 등 각 국가별 대표항공사 중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대형 항공사(full service carrier)는 대부분 포함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항공운임으로 소요한 비용은 총 490억원으로, 항공사들은 매출 확대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대부분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 수익 미지수= 삼성전자는 이번 입찰 조건으로 연중 동일한 항공운임을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가격 비교를 통한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선별하겠다는 뜻이다. 이어 해당 노선 지정항공사로 선정 시, 좌석 제공가능성도 제안할 것을 요청했다.
예를 들어 상하이 노선의 경우 하루 최대 30명의 출장이 가능하며 4~5명 출장 시 90% 좌석 공급이 가능하다는 식의 좌석 확보안을 내놓으라는 의미다. 상시 출장이 가능토록 좌석을 비워놓으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항공권 발권조건도 환불 및 항공권 재발행에 따른 위약수수료가 없어야 하며 사전발권에 따른 조건도 내걸지 말아야 한다.
발권 시간제한은 2일 전으로, 항공사는 삼성맨의 예약 취소가 있기 2일 전까지 해당 항공권을 팔 수 없다.
여기에 수하물 우대관리(priority tag), 추가수화물 (10㎏ 이상) 서비스 제공, 전용탑승수속 카운터 서비스, 선호좌석 우선배정 서비스 등은 이번 입찰을 위한 기본서비스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외에도 상품권·마일리지, 비즈니스 라운지쿠폰, VIP 서비스 등의 제공 여부도 평가요소로 넣었다.
삼성전자 측은 해외 출장이 많기 때문에 비용, 일정 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운임은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가장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가장 고가의 항공권 구매에 따른 혜택을 받으려는 의도"라며 "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이렇게 장사해서는 남는 게 없다"고 해석했다.
◆삼성맨 전용 좌석 다른 승객에 피해 우려= 항공업계는 삼성전자 직원 우대로 인해 다른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용카운터, 초과수하물, 수하물 우대관리, 선호좌석 우선 배정 등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우대받지 못하는 다른 승객을 기반으로 존재 가능한 특권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이 같은 특권을 누리면 비싼 항공권을 구매한 국민은 수하물 처리 등에 시간을 더 소비해야 하고 좌석을 선택한 권한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최저가 낙찰제를 통한 경쟁 과열은 다른 좌석의 가격 인상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풍선효과"라며 "삼성이 저렴하게 좌석을 가져간 만큼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다른 좌석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항공사 줄 세우기에 들어가면 수익 확보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국민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이어, 항공안전에 저해요소로까지 번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