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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먹거리값, 슬며시 올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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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발송·인터넷 공지도 안해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장인서 기자] #8년 차 주부인 오영진(34)씨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본 뒤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평소처럼 간편식과 두 아이의 간식 위주로 골랐지만 계산서에 찍힌 금액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던 것. 오씨는 "명세서를 꼼꼼히 살펴보니 둘째 아이가 즐겨 먹는 과자와 음료수 가격이 죄다 올랐다"며 "불경기라 그렇지 않아도 씀씀이를 줄이는 판에 물가만 오르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먹거리 가격이 잇달아 오르면서 식음료ㆍ외식 회사들의 가격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전 공지 없는 기습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비난을 교묘히 피해가는 것은 물론 물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가격 인상에 따른 사전 공지제(문자서비스 발송ㆍ홈페이지 공지 등) 등을 도입,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국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식음료ㆍ외식 회사들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으면 떳떳하게 올리고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지만 소비자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 이익에만 집작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꼼수 인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가격 인상에 대한 사전 공지제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한 교수도 "식품ㆍ외식 회사들의 고질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들의 편법 가격 인상에 지나친 부분이 없는지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커피전문점 커피빈은 지난 1일 사전 공지 없이 전 제품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아메리카노(레귤러) 가격은 4800원에서 5000원(4.1%), 모카아이스 블렌디드(스몰)는 5600원에서 5800원(3.5%), 카라멜라떼(스몰)는 5900원에서 6200원(5%)으로 올린 것이다.


농심 겔로그도 시리얼 제품 가격이 인상된다는 언론 보도 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시리얼 50개 제품에 대한 출고가를 평균 3.06%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기업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로 꼽는 것은 실적 악화와 비용 증가 등 다양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넘어선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우려, 일부 기업은 기존 제품의 이름을 바꾸거나 용량이나 포장 라벨을 바꿔 출시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일부 외식업체 중에는 기존 제품의 이름만 살짝 바꾼 뒤 신제품처럼 홍보해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한국식품유통학회 관계자는 "식품업계의 편법 가격 인상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단기적인 매출 상승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가격인상 요인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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