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AG 金메달 환호…김주성에 건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간판 김주성(35)은 통산 다섯 번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1998년 방콕 대회를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2002년 부산 대회 때는 금메달을 따냈다. 김주성은 지난달 3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뉴질랜드 대표 팀과의 평가전에도 나갔다. 15분38초 동안 4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경기 끝나기 직전 결승점을 내줘 70-71로 졌지만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농구 대표 팀은 오는 30부터 9월 14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에 잇따라 출전한다. 분명한 목표는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김주성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는 그냥 선배들을 따라 갔고 2002년 대회 때는 금메달을 땄다. 지금 분위기가 부산 대회 때와 흡사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주성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선수다. 컨디션이 좋던 나쁘던 최선을 다하고, 보통 이상의 경기를 해낸다. 그의 경기력을 떨어뜨리고 어쩔 수 없이 벤치에 앉게 만드는 것은 끊이지 않는 부상이다. 최근 수년간 김주성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왔다. 베테랑 선수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뛸 수만 있으면 소속 팀의 부름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자세도 영향을 미쳤다. 김주성은 뉴질랜드와의 다섯 차례 평가전에 모두 나갔고, 경기당 17분02초를 뛰었다.
사실 그는 그동안 동료와 손발을 많이 맞추지 못했다. 지난 시즌 다친 발목과, 고질이 된 왼 무릎 통증은 여전했다. 그렇다고 몸 관리가 미숙하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오히려 몸관리를 공들여 했기에 평균 '반 경기'가까이 소화할 수 있었다. 5월 19일부터 소집 훈련을 시작한 김주성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이번에는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유재학 대표팀(51) 감독은 "네가 필요하다. 해줄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김주성은 두 달여 동안 재활에만 집중했다. 코트에서는 열외가 돼 혼자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눈과 입은 쉬지 않았다. 김종규(23ㆍ창원 LG), 이종현(20ㆍ고려대) 등 후배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조언을 했다. 그는 "후배들의 습득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농구의 미래가 밝다"고 확신했다. 김주성은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2승(3패)을 거둘 줄 누가 알았겠나. 그 원동력인 투지를 잃지 않는다면 12년 전처럼 가장 높은 단상에서 애국가를 부를 것"이라고 했다.
뒤늦게 출발한 김주성의 분전은 후배들이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였다. 다섯 차례 경기 성적은 경기당 5.4득점 2.4리바운드 0.6도움. 특히 세 번째 경기(81-89 패)에서는 8득점 5리바운드 2도움으로 활약했다. 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경기에서 언제 아팠냐는 듯 코트를 휘저었다. 골밑에서는 몸싸움을 서슴지 않았다. 유 감독은 "몸도 제대로 만들지 않았는데 허슬 플레이를 보여 준다"며 칭찬했다.
김주성은 "개인적으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대표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의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몸이 안 올라와서 공격적인 것보다는 투지있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극기를 다는 것은 의무다. 즐겁고 자부심이기도 하다. 몸이 좀 안 좋아도 하다보면 투지가 생기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 코트 안에서 애국가를 부를 기회도 생기지 않느냐"고 다짐했다.
대표팀 최고참인 김주성의 자세는 동료 후배들에게 확실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는 "수비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크다. 대표 팀의 높이가 낮다보니 가드와 센터를 모두 막을 줄 알아야 한다. 몸싸움을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월드컵과 관련해서는 "유럽 팀과 뛰면 힘에서 열세다. 요령 있게 싸우며 수비적으로 풀어가라는 이야기를 감독님께 듣는다. 이번 평가전을 경험삼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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