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손선희 기자]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동반 퇴진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당 대표 직무대행인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위원장 선출 절차가 삐그덕 대는 분위기다. 이면에는 야당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계파 문제가 또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4일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위원장 선출을 비롯해 비대위 구성 방식을 논의하고 관련 안건을 상정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 자격으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상임고문, 3선 이상 중진 의원, 초·재선 의원 등 선수별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의견을 취합했다.
이 자리에서는 비대위원장은 박 원내대표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총 사퇴로 유일하게 남은 선출직 당직자인 데다 위기에 빠진 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전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분명한 흐름이 있었다"며 "비대위원장은 예측 가능한 정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새 분위기는 달라졌다. 일부 중진 의원 계파에서 '박 원내대표는 적임자가 아니다'는 식의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히는 등 '박영선 불가론'이 퍼지면서다.
정세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원내대표의 위원장 유력설에 대해 "일각에서 그런 얘기도 있는 것 같은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면서 "누가 유력하다고 얘기하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나 싶다"고 언급했다. 자신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아직 생각해본 적 없고 제가 적임자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18대 대통령선거 패배 후 민주통합당의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또 다른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박 원내대표와 같은 분이 비대위를 끌고 가선 전망이 없다"면서 박 원내대표를 원색 비판해 논란이 일었다.
현재로서는 이날 오후 열리는 의총에서 위원장을 뽑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의총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난상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극구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서 위원장 결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은 "박 원내대표는 위원장 겸임을 원치 않았음에도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겠다며 본인 입장에선 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박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전당대회 대신 내년 1~3월께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의견이 당내 우세한 상황에서 비대위 체제는 최소 5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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