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프로야구 넥센의 중심타자 박병호(28)와 강정호(27). 두 선수는 29일 현재까지 홈런 부문 1ㆍ2위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가 여든여섯 경기 서른두 개, 강정호가 여든네 경기 스물아홉 개를 쳤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지난 28일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선발됐고,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서는 나란히 홈런도 쳤다. 넥센의 팀 홈런은 29일 현재 130개로, 2위 삼성(110개)보다도 스무 개가 많다. 이 가운데 박병호와 강정호는 절반에 가까운 예순두 개를 합작했다.
박병호가 홈런왕 0순위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2012년과 지난해 각각 서른한 개와 서른 일곱 개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고, 올해도 전반기에만 서른 개를 기록했다. 전반기를 마치기 전 30홈런을 친 선수는 1999년과 2003년 이승엽(38ㆍ삼성)에 이어 역대 세 번째였다.
박병호는 상대 투수가 던지는 구종과 방향에 관계 없이 홈런을 때려낸다. 2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시즌 서른두 번째 홈런을 때릴 때는 윤근영(28)의 시속 125㎞ 바깥쪽 높은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타구를 왼쪽 담장 밖 135m나 날려 보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낮게 떨어지는 공을 강한 손목 힘과 허리 회전력을 이용해 가운데로 많이 넘겼다. 서른두 개 홈런 가운데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각 열일곱 개와 네 개를, 가운데로 열한 개를 쳤다. 박병호는 "몸쪽과 바깥쪽을 굳이 따지면서 스윙을 하지는 않는다"며 "홈런을 의식하기보다는 정확하게 맞추는 데 초점을 두다 보니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강정호는 6월과 7월 가공할 만한 홈런 행진을 이어갔다. 박병호가 주춤한 사이 네 개 차로 따라붙으며 전반기를 마쳤고, 최근에는 세 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격차를 세 개로 줄였다. 6월 이후 서른여섯 경기에서 열여섯 개를 쳤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넘어섰다. 강정호는 2012년 25홈런으로 전체 3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전반기를 마치기 전에 스물여섯 개를 때렸고, 29일 경기에서는 3회 선두타자로 나와 29호 홈런을 쳤다. 더욱 의미가 있는 부분은 그의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이다. 수비 부담이 큰 자리다. 그 동안 유격수로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1997년 서른 개를 친 이종범(44ㆍ당시 해태)이다. 강정호는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올 시즌 마흔네 개까지 홈런을 칠 수 있다.
강정호의 홈런 비결은 타석에서의 집중력과 공격적인 자세다. 타석에서의 집중력은 타점이 증명한다. 올 시즌 타점은 여든두 개로 이 부문 1위다. 주자가 없을 때 타율은 0.321(162타수 52안타), 주자가 나갔을 때는 0.371(140타수 52안타)을 기록했다.
또 스물아홉 개 홈런 가운데 유리한 볼카운트(3-0, 1-0, 2-1, 3-1)에서 열 개를 쳤다. 초구를 받아쳐 나온 홈런은 다섯 개다. 상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순간에는 기다림 없이 방망이를 냈다는 의미다. 강정호가 올 시즌 당한 삼진은 여든 개로 박병호(9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얼마나 공격적으로 상대 투수와 승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선수는 서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선의의 경쟁을 한다. 박병호로서는 바로 뒤에 강정호가 버티고 있어 투수가 자신과의 승부를 피하기 어려워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강정호도 대기타석에서 박병호와 투수가 벌이는 수싸움을 지켜볼 수 있다. 강정호는 "앞 타석에서 워낙 큰 타구가 많이 나오다 보니 나한테 볼 배합을 똑같이 하기는 어렵다"며 "예상을 하고 타석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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