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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생존학생들, 친구 손 꼭 잡고 힘겹게 법정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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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배가 기울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 달라’는 방송만 계속 나왔다. 특히 단원고 학생들을 언급하며 가만히 있어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내가 마지막 무리에 섞여 나왔는데 해경에게 ‘저기 안에 애들이 많다’고 말했는데도 다른 얘기만 돌아왔다.”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단원고 학생들이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에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날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생존 학생들이 겪고 있는 사고 후유증 등을 고려해 재판이 열리고 있는 광주가 아닌 안산지원에서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사고 발생 당시 복도에서 구조를 기다렸지만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배 밖으로 빠져나온 직후 파도가 덮쳐 나머지 학생들이 배 안쪽으로 휩쓸려 들어갔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증인으로 출석한 A양은 “선실에서 나와 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복도에 친구들 30여명이 줄을 선 채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구조대가 오지 않아 한명씩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내가 나간 뒤 파도가 비상구를 덮쳐 나머지 10여명의 친구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B양은 “고무보트에 탄 해경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는데 비상구에서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 올리기만 했고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는데도 바라보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차분히 법정증언을 이어가며 옆자리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검찰이 신문 말미에 “사고 당시가 떠올라 괴로운가”라고 묻자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재판부의 비공개 결정에 따라 학생 가족과 취재진 등 10여명만 재판을 지켜봤다.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신문은 29일에도 이어서 진행된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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