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2000년 8.17%서 4.72%로 절반 가까이 줄어…"최근 주가 올라 판 것일뿐"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삼성물산이 수십년째 보유한 오공 주식을 잇따라 처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5~16일과 24일 사흘간 총 100여 차례 이상에 걸쳐 오공 주식 4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오공 보유주식 비중은 2000년 8월 8.17%에서 지난 25일 기준 4.72%로 줄어들었다.
삼성물산은 이번 오공 주식 처분으로 13억7900만원가량을 챙겼다. 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8조원, 영업이익 4300억원을 기록한 삼성물산 입장에서 보면 그리 큰 돈은 아니다.
특히 수십년간 보유해온 오공 주식을 갑작스레 처분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은 1974년 오공의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높이 평가해 주식을 취득했고 이후 30년 이상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공시 상에서는 2000년 오공이 상장했을 때부터 삼성물산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매도한 적이 없다가 이달 주식을 처분, 5% 이하로 지분율을 낮췄다.
오공은 '오공본드'로 유명한 접착제 및 광택제 제조ㆍ판매업체다. 지난 5~6월에는 삼성물산이 보유했다는 이유로 '삼성 지배구조 변화' 수혜주로 묶이며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조금만 더 돈을 들이면 오공을 인수할 수 있다며 M&A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삼성물산은 오공 주식 일부를 매도했다. 삼성물산이 오공을 매각한 이유는 그동안 주가가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사부문 관련 상권 확보 차원에서 공급 회사들의 지분을 소량 갖고 있는데 오공도 그 중 하나"라며 "오공과 사업을 하지 않아서 주식을 매도한 것은 아니고 재무적 이유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주가가 올라 일부를 매각한 것인데 남은 지분은 그대로 보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공 관계자도 "공시 이후 삼성물산의 주식 매도 사실을 알았는데 최근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한 것 같다"며 "회사 구매처로 거래상 관계가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공 사례에서 보듯, 삼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공을 포함한 에이테크솔루션, 원익IPS, 신화인터텍 등은 삼성 계열사가 주주 중 일부라는 이유로 주가가 올랐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수혜 가능성이라고 하지만 시나리오가 매우 많고 그 중 하나에 베팅하는 것인데 수혜가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수혜가 있더라도 이를 받을 확률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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