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임박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변호인단이 이달 말까지 채권단과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오는 30일까지 채권단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 하면 2002년 이후 13년만에 또 다시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22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변호인단은 이날 뉴욕 심리에서 24시간 협상을 진행해도 오는 30일까지 채권단과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 법원의 토마스 그리에사 판사는 아르헨티나에 계속 시간만 끌지 말고 채권단과 협상에 임하라고 명령했다. 그리에사 판사는 이달 말 채권단에 채무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보류해봤자 도움될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30일 미국 헤지펀드 엘리어트 매니지먼트의 계열사 NML 캐피털에 15억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NML 캐피털은 아우렐리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함께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 재조정에 합의하지 않은 2개 미 헤지펀드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고 당시 부도난 국채를 갖고 있던 채권단 중 93%와 채무 재조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NML과 아우렐리우스는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지 않았고 원금을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대법원은 지난달 최종적으로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그리에사 판사는 2개 헤지펀드에 대한 채무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는 나머지 재조정된 93%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아르헨티나 변호인단은 지난 21일 채권단과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헤지펀드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라는 결정을 보류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그리에사 판사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아르헨티나 변호인단은 23일 뉴욕에서 NML 캐피털 측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대법원 판결 후 양 측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다.
NML의 대변인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에사 판사가 요구한대로 아르헨티나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아르헨티나가 논의에 참여해 준다면 우리는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아르헨티나는 경기 침체는 물론 극심한 인플레에 시달릴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 정도가 2002년만큼 극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2년 당시에는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이 11% 가까이 줄었는데 당시에 비해 아르헨티나의 경제 여건이 나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올해 GDP는 최대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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