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모 변호사가 대한변리사회에 변리사 등록을 신청하고 등록료를 납부했지만, 변리사회 가입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리사 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하자 행정심판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변호사 개인의 심판사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협회차원의 대리와 전폭적인 지원을 발표했고, 대한변리사회 역시 회장이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변호사 위원에 대해 제척ㆍ기피 신청을 제기하는 등 양 단체 사이의 적극적인 대응전이 이루어졌다. 표면적으로는 대한변리사회 가입의무에 대한 사건으로 볼 수 있지만, 이면에는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라는 변호사와 변리사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내재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양 단체가 적극적으로 사건에 참여한 것이었다.
변호사와 변리사 사이의 갈등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1970년 2월 상공부 특허국(현재 특허청)에서 변호사의 변리사 겸직을 금지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고, 1973년에는 전업변리사와 겸업변리사(변호사) 간의 갈등으로 대한변리사회가 양분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1983년에는 변리사가 대리하던 특허청 항고심판소의 위헌문제가 변호사로부터 제기되었다는 기사가 있었고, 1990년대에 들어 특허법원의 설립이 추진되면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에 대한 찬반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기사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두 직역은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시작되던 1970년대 초반부터 40년을 넘게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었다.
최근 지식재산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특허분쟁 시스템의 선진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됨에 따라 특허변호사제도의 도입, 특허법원 관할집중 등 새로운 이슈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안이 발표될 때마다 양 단체는 서로 반대되는 성명을 발표하고 다시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등 양보할 수 없는 서로의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양 단체가 발표하는 성명서의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주장하는 수단은 완전히 상반되지만 그 최종 목적은 서로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변호사는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변리사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양 단체는 모두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의뢰인에 대해 보다 충실하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이다. 지식재산 분야는 이미 법률과 기술이 융합된 영역이며 최근에는 여기에 정보통신이 다시 융합되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융합의 영역에서는 법률서비스도 기존과 다른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필요해진다. 양 직역이 주장하는 목적이 동일하다면,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서비스를 융합해 함께 제공하는 것이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러한 융합이 바로 오랜 갈등의 해결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대형 로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특허 사건에서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일하고 있고 대기업의 특허부서에서도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일하고 있다. 동업허용, 자동자격부여, 공동소송대리 등 대립되는 문제들이 서로의 업무를 침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국민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법률시장 완전개방을 고려한다면, 융합된 새로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주한중 로하스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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