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노사 전문가 18일 한국노총 방문
노동계 "우리 사정 아는 전문가" 기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마음을 열고 노력하고, 대화하는 데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취임 사흘 만인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노총 사무실을 찾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57·사진)은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취임 전부터 노사정 대화 복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쳐 온 이 장관은 박근혜정부 1기 내각에서 풀지 못했던 노동현안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이 장관은 고용부에서만 30여년 몸담아 온 전문 관료출신으로 노사관계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고용정책관, 근로기준국장,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노사정위 상임위원, 차관 등을 두루 거쳤다. 파업이 심한 울산지역에 지청장을 자처해 내려갔을 정도로 노사문제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관 내정 직후 노동계가 환영의 입장을 밝힌 것도 노사정 대화를 중시하는 그의 전문성과 진심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고용부는 1기 내각에서 풀지 못했던 통상임금 이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비정규직 격차 해소 등 노동부문 현안이 산적한 상태다. 무엇보다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 이후 단절된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는 게 시급하다. 이 장관이 취임 직후 노동계부터 만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 신고용노동질서를 노사와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이를 위해 임기 동안 산업별로 노사정이 함께하는 정기적 모임을 운영하는 등 소통의 행정을 통해 노사 간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작성한 취임사에는 '대화'와 '협력'이 각각 6차례, 10차례나 반복됐다. 신임 고용부 장관으로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기 내각에 함께 입각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과 비정규직 문제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점을 감안할 때, 1기 내각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으로 노사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이 장관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의 만남에서도 이 같은 노동계의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포옹하고 격려의 말을 건네는 등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노사 모두 동반자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자”며 고용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협조와 조속한 노사정위 복귀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도 “취임 후 가장 먼저 한국노총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노사관계에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인간적인 면도 갖춘 장관께 기대가 크다. 노사관계 복원과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나가자”고 화답했다.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는 신임장관 임명 때마다 기대감을 보였지만, 매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만큼 불신도 깊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신임 이기권 장관이 이처럼 산적한 노동현안 중 단 하나라도 앞장서 해결하는 태도를 먼저 보이는 것이야말로 민주노총 방문의 진정성을 보이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이와 같은 현안 해결 없는 방문은 그저 의례적 행사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앞서 민주노총을 방문해 노동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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