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반군이 현장 감시…OSCE 사절단에 위협사격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말레이시아 항공기 MH17편 추락 사고와 관련,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반군의 방해로 사고현장 조사마저 쉽지 않은 상태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절단 30명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피격 여객기 추락 현장을 방문했지만 무장한 반군의 제재로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 했다고 NBC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OSCE 대변인은 반군의 행동은 무례했고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군 중 몇몇은 술에 취해 있는듯 보였고 다른 이들은 피격 항공기의 잔해를 살피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OSCE 사절단이 기체 파편을 들여다보려 하자 반군은 공중에 경고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토머스 그레밍거 OSCE 상임위원장은 "사절단이 예상했던 접근권을 갖지 못했다"면서 "조사에 필요한 이동의 자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추락현장은 별도의 보전조치 없이 방치돼 있어 증거 훼손 위험도 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말레이시아 항공기를 피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반군이 증거가 될 만한 단서들을 이미 없애버렸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블랙박스는 이미 반군 수중에 넘어간 상태다. 앞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측은 블랙박스를 찾아 회수했으며 이를 러시아 항공 당국에 넘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여객기가 부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라면 조종사가 미사일 접근을 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블랙박스에 조종석의 대응 조치가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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