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ING생명에 금융당국의 지급명령이 내려질지, 생명보험업계와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당국의 '미지급분에 대한 지급명령' 결정여부다. 약관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과 기관이 징계를 받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론났다. 금감원은 앞서 임직원 경징계와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그러나 '지급받지 못한 금액을 다시 돌려주라'거나 '약관 개정 이전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에게는 본래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등의 지급명령이 포함된 사후대책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이 거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번 사전 통보에서도 보험금 지급관련 내용이 녹아있긴 했지만 사전 통보는 위법한 부분에 대한 징계여부를 통보하는 것이어서 자세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보험금 지급 여부, 지급 대상, 액수 등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주지 않을 경우 해당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는 미지급분을 돌려받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금 재청구를 하더라도 보험사의 자체판단에 따라 지급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결정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셈법이 더 복잡해진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 등 시민단체가 민법상 청구권 소멸시효(10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애초에 막기 위해서다. 금소연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약관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은 기망행위"라며 "상법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2년이지만 기망행위가 밝혀질 경우 민법상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내놓은 결과를 살펴보고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도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 위원들이 지급명령에 대한 부분도 자세히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재심에서 보험금 지급문제에 대해서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NG생명을 비롯해 같은 약관을 사용한 생명보험사에서 그간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총 2179억원으로 향후 부담해야 할 보험금까지 합치면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 4월말 현재 재해사망특약 보유 건수는 281만7173건이다. 금감원은 제재심 절차를 통해 ING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확정되면 ING생명과 똑같은 약관을 사용한 20개 생보사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지도공문을 내릴 방침이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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