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금융당국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 ING생명에 제재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향후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모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생보사들이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만 3000억원 안팎이며 향후 부담해야 할 보험금까지 합치면 최대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7월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미 ING생명에 기초서류 약관 이행 미비 등으로 임직원에 경징계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보한 상태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ING생명에 대한 최종 징계가 결정되면 자살보험금 문제에 연루된 나머지 20개 생보사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지도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또 이들 20개 생보사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를 위한 특별 검사도 벌일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심의위원회의 제재 결정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ING생명에 준해 지급하라는 지도가 내려질 것"이라면서 "특검을 통해 나머지 생보사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결정은 보험 약관 준수라는 기본 원칙이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살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약관상 지급하도록 돼있어 사회적 파장보다는 고객과의 약속인 약관 준수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8월 ING생명을 검사한 결과,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고객 90여명(2003~10년)에게 보험금 200억원가량을 미지급한 사실을 발견했다. 2010년 4월 이전까지 생명보험 약관에는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보고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 ING생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보험사는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고 명시한 뒤 이보다 금액이 절반가량 적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 논란이 불거졌다.
자살보험금 사태에 연루된 보험사는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을 뺀 생보사 대부분이 연관돼있다.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소급 적용되는 보험금만 3000억원에 달하고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까지 합치면 모두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보험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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