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5ㆍ16에 대해 "5ㆍ16으로 정치발전이 조금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쿠데타"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7일 국회 정보위의 인사청문회에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질의에서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서 '5ㆍ16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에 대응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지적하자 "당시 저희 상황은 대단히 심각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젊은 학생들은 판문점으로 가서 '가자, 북으로'를 외칠 때인데 상당히 어린 마음이었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과거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과 이른바 '북풍' 관여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특보로서 이인제 의원의 공보특보였던 김윤수씨에게 5억원을 전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 "불법자금을 전달한 것은 백 번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자금 출처와 관련) 당에서 후원금을 받은 것인지 알지도 못했고, 당에서 주는 돈을 그냥 가져다준 것"이라면서 "제가 (기업으로부터 차 트렁크 등을 통해 자금을 불법으로 받은) '차떼기'를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남재준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에 대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적에 "배경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지는 못했다"면서 "어쨌든 국정원 업무내용이 정치 소용돌이에 끼어들었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정치관여라는 말은 제 머릿속에서 지우고 원장직을 수행하려고 한다. 더 심하게는 가슴 한구석에 사표를 써서 들고 다니겠다.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말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을 인식한 듯 "깊이 후회한다"고 밝히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제 머릿속에 정치관여라는 말은 완전히 지워버릴 것"이라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한편 청문회에서는 '차떼기 사건'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2002년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 전달과 관련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 연루 전력과 관련,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당시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불법자금을 받아 적발됐다"면서 야당을 겨냥했다.
권 의원은 과거 불법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처벌받은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새정치연합 쪽 인사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자기들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남의 것만 커 보이는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면서 야당의 공세 무력화 시도에 나섰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이 후보자는 벌금만 받았다. 정치자금 관련해서 핵심인물이 아니었고, 엄하게 처벌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었다"면서 "왜 벌금 1000만원을 받았는지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후보자는 정통 '정보맨'이 아니고 좀 정치에 관련된 분 아니냐"면서 "지금 국정원의 개혁방향과 배치되는 성격의 후보자가 아니냐"고 따졌다.
특히 청문회 초장부터 국가정보원 직원의 인사청문회장 촬영을 놓고 논란이 빚어져 회의가 한때 중단되는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저도 오늘 (해당 직원을) 나무랐다. 아무리 관행이라고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