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조아이언 유산 되살린 'P53', 주문 제작 방식으로 출시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제대로 된 단조 아이언을 만들고 싶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홈페이지에서 아주 독특한 민무늬 단조 아이언을 소개했다. 아이언 뒷면에는 로고조차 찍히지 않았고, 소재만 가공한 특이한 생김새다. 크리스토퍼 그리핀이라는 개발자가 골프채 제조회사를 만들어 처음 출시한 아이언 'P53'이다. "미국의 잃어버린 단조 아이언 유산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아이언은 보통 제작 방식에 따라 주조와 단조로 나눠진다. 주물에 넣어 찍어내는 주조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값이 싼 반면 철을 두드려서 모양을 내는 단조는 탁월한 손맛을 자랑하지만 고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벤처 투자를 담당했던 그리핀이 골프매장에서 벤호건 아이언 세트를 보고 영감을 떠올린 게 출발점이다. 램과 맥그리거 등 그동안 미국에서 생산됐던 단조 아이언을 모두 구입해 연구에 돌입했다.
1999년에는 벤호건 에이펙스 아이언을 디자인한 제프 시트와 손을 잡았다. 30년 동안 골프채 산업에 종사하면서 윌슨, 스팔딩 등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무작정 그를 찾아가 인연을 맺는 등 추진력도 탁월했다. 모델명에 붙은 '53'은 1953년 벤 호건이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등 3개 메이저를 석권하면서 최고의 명성을 떨치던 때를 기념해 명명됐다.
일단 953개 한정 생산, 맞춤제작 방식이다. 마감처리 방식까지 주문자의 요구대로 해준다. "나이키나 테일러메이드처럼 거대한 회사로 키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는 그리핀은 "돈보다는 가장 우아한 골프채의 모범이 되는 동시에 미국의 단조 아이언 기술을 계승하고 싶었다"며 "무려 18개월간 땀을 흘렸고, 그래서 더욱 골퍼에게 자부심과 완벽한 샷을 선물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탰다.
개당 353달러, 최소 6개의 주문이 가능하다. 아이언 6피스 1세트가 2100달러(약 210만원)가 넘는다는 점에서 절대 싼 가격은 아니다. PGA투어 10승의 데이비드 프로스트(남아공)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샘플들을 실험하고, 사용 소감을 피드백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성능은 합격점이다. 골퍼들의 반응은 당연히 엇갈리고 있다. "딱 마음에 드는 아이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