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낱말의습격]영웅. 화랑. 꽃남(85)

시계아이콘01분 26초 소요

영웅(英雄)이나 화랑(花郞)이란 말은, 굉장히 씩씩해 보이는 말이지만, 그 뜻을 살펴보면 꽃남자이다. 여성이나 여성의 성을 꽃으로 비유하는 일은 익숙하지만, 남성을 꽃으로 읽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트렌드로 알고 있었기에, 저런 옛사람들의 생각이 문득 놀랍다.


꽃미남이나 '꽃보다 남자', 꽃남, 혹은 예쁜 남자 따위의 말이 유통되는 것은, 남녀관계가 하늘과 땅의 유별(有別)에서 슬며시 오빠 동생이 되고, 자기와 자기가 되고, 마침내 누나와 연하남의 여남(女男)관계가 보편화되는 큰 흐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여자의 사회적 이미지가 커지고 남자가 작아지면서, 남자는 이쁨받는 존재, 여자에 의해 가치지어지는 존재로 바뀌어 가는 경향이 있다. 남자가 꽃이 되는 일은, 아름다움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존재라는 남성가치의 중대한 전환을 담고 있다. 물론 어느 때고 남자가 지닌 특유의 아름다움은 있었지만, 그것이 이렇게 성애의 주력상품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꽃미남의 특징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수컷가치와는 사뭇 다른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오히려 여성이 오랫동안 지녀온 아름다움을 이식하거나 차용한 것처럼 보인다. 남성이 왜 그런 성적 전략으로 진화하는가. 그건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여성이 남성을 선택할 수 있고 부양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다시 돌아가, 영웅(英雄)이란 말을 살펴보면 이 때의 꽃남자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긴 하지만 지금의 예쁨과는 달리 남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경탄이다. 수많은 지엽(枝葉)의 수컷 사이에서 오직 화려한 꽃으로 피어난 수컷에 대한 예찬이다. 영웅의 꽃은 주변을 압도하는 존재이며, 그 피어나는 생명력으로 스스로 우뚝해지는 압권(壓卷)이다. 꽃은 얼마나 강인한가.


또 화랑이란 말을 살펴보면, 이것은 오히려 지금의 꽃남이 추구하는 화용월태가 있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여성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오히려 그것은 그들의 사회적 능력만으로도 충분했기에), 하늘(神)에게 사랑받기 위해서였다. 하늘은 가장 아름다운 인간하고만 소통할 수 있으며,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 하늘에게 말을 거는 것이 천신에 대한 진정한 예의라고 생각했던 신념이, 화랑이라는 사회적 존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 때 쓰인 '꽃'이란 말은, 헌화(獻花)라는 표현에 남아있는 그 경건함의 의미이다.

남자는 예전에도 꽃이기를 염원했지만, 그것은 무리 속의 으뜸이라는 차별성을 의미하거나 가장 숭고한 일을 맡은 자를 상징하는 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적 패러다임 속에서 여성적 취향에 부응하는 꽃이라는 점이 좀 다르다. 이것은 청춘시절의 남자에만 국한된 가치였지만, 곧 남성 일반의 가치로 열려 꽃중년, 꽃할배까지로 의미의 경계를 밀어놓았다. 이에 대해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것은 단지 신이 유리병 안에서 인간을 겨냥해 제조하는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비율 차이가 만들어내는 신드롬이 아닐까. 남자들에게 여성호르몬을 조금씩 더 주입하는 조물주의 뜻은 대체 뭐란 말인가. 문명 전체의 양상을 바꾸기 위한 원대한 책략일까. 꽃남은, 호르몬 배분 전략의 전위에 선, 가치 전도(轉倒)의 전사란 말인가.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뉴스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적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