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3분기의 신용위험이 2분기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금융권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수부진으로 경기민감 업종이 흔들리고, 저소득층이 빚 갚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은행들은 대출수요 증가세가 2분기보다 줄겠지만, 중소기업과 가계의 주택자금은 적극적으로 빌려줄 생각이라고 답했다.
2일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 2분기 동향 및 3분기 전망' 결과를 밝히면서 "3분기 중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중소기업 및 가계주택자금을 중심으로 완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총평했다. 기업이든 가계든 돈 빌리기는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부문별 차이는 있었다. 은행들은 "중소 성장유망업체 등에 자금을 댈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대기업의 경우 원화 강세 등 대외여건이 불확실하고, 비우량기업에 대한 신용경계감이 높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대한 대출은 전분기 수준의 깐깐함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가계대출에도 비교적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지만, 주택자금과 달리 일반자금에 대한 대출 태도는 2분기보다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또 3분기의 신용위험이 2분기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과 가계 모두 경계감을 늦출 때가 아니라고 봤다.
먼저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영업 환경에 버티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확대 위험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채산성 악화와 일부 대기업의 유동성 위험 등을 변수로 꼽았다. 가계부채가 쌓이는데도 소득 여건은 나아지지 않아 저신용·다중채무자 등을 중심으로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흐름 속에 은행권 대출수요 증가세는 2분기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소기업 가운데 업황이 나쁜 업체들은 급전 수요가 늘겠지만, 내수 회복세가 신통치 않아 전반적인 증가폭은 제한될 것으로 점쳤다. 대기업은 대내외 불안 요인이 남아있어 대출수요 증가폭이 전분기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의 주택자금 수요 역시 주택경기가 불확실해 증가폭이 다소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 일반자금은 소득 증가율이 낮아 전분기 수준에서 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은행권은 예상했다.
같은 조사에서 카드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전분기보다 빡빡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위험은 상호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출수요는 상호저축은행을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9일부터 23일까지 모두 173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은이 진행했다. 각 기관의 여신업무 총괄 책임자가 응답했고, 상호금융조합(우편)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은 이메일을 통해 답변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