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 4월16일 오전 해양경찰청은 사고가 접수된 지 한시간 가까이 지난 후에도 청와대에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켜보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경은 당일 오후 1시가 지나서도 청와대 핫라인으로 '생존자가 370명'이라고 잘못 보고한 뒤 수차례 번복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이 2일 공개한 '청와대-해양경찰청 핫라인 녹취록'에는 사고 당일 해경의 소극적인 초기대응과 무능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사고 당일 오전 9시 54분 청와대 위기관리실과 해양경찰청의 통화내용을 보면 "지금 구조작업을 하고 있나"라는 청와대의 질문에 해경은 "지금 아직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 현장 지원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해경은 또 생존자를 370명으로 보고해 대형 오보를 초래했으며, 사고 당일 오후 6시까지도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실 또한 사고 당일 인원을 파악해 박근혜 대통령에 보고하는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경은 오후 1시16분 통화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 생존자는 370명이다. 진도 행정선에서 약 190명 승선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20여분이 지난 1시42분 통화에서는 "370명도 정확한 게 아니다. 일부중복이 있었다"고 번복했다.
이어 오후 2시 36분 통화에서 해경이 "구조가 164명이고 사망자 2명이다"라고 보고하자 청와대 위기관리실은 "202명이 사라진 것 아니냐. 큰일났다. 이거 VIP(박 대통령)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 위기관리실은 "아까 190명 구조했을 때 너무 좋아서 VIP께 바로 보고했다"면서 "우리처럼 중대본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청에서 보고받아서 268명으로 완전 잘못 브리핑 됐다. 이거 여파가 크겠네"라고 지적했다.
오후 6시 통화에서도 청와대 위기관리실은 "언론에서 선사에 나와서 인원브리핑을 하는데 숫자가 틀리다. 언론에 3명이 추가 돼있다"라며 "VIP한테 다시 보고해야하니 선사 쪽에 정확하게 확인해 보고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해경은 "아직 언론보도를 제대로 못봤다"며 소극적으로 답할 뿐 정확한 내용을 보고하지 못했다.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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