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원ㆍ달러 환율 최저…'환테크'가 뜬다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 '기러기 아빠'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상품 가입을 고려중이다. 약 6년 만에 원ㆍ달러 환율이 최저치를 달리고 있어 지금 외화예금으로 달러를 사놓으면 향후 해외 송금 시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막상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0%대 금리의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각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 송금을 해야 하는 개인이나 외화로 결제할 일이 있는 기업들이 일제히 외화예금 활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영돼 한국은행이 집계한 5월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은 596억3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2억1000만 달러가 증가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현황을 들여다봐도 최근의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5월말 64억33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약 3억7300만 달러가 늘었고 올 1월과 비교하면 6억4300만 달러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도 5월 기준 55억1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7000만 달러, 1월 대비 6억2000만 달러가 늘었다.
하지만 외화예금 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0%대를 맴돌고 있는 상황. 금리 차별화가 없어 각 은행들은 이자소득 보다 '환테크'를 위한 다양한 기능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의 '외화 체인지업 예금'은 통화 간 전환 및 지정환율 자동매매 거래 기능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20개 이상의 통화로 가입할 수 있으며 고객이 요청하는 다른 나라의 통화로 자유롭게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 계좌에 여러 나라의 통화로 예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치 통화 간 전환 시 50%의 환율 우대도 제공된다. 또 지정환율로 자동이체를 할 수 있어 변동성이 클 때는 적시에 환전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은행의 '환율CARE 외화적립예금'은 환율변동에 따라 이체 외화금액을 조절해 매입 및 적립이 가능하고 환전수수료와 해외송금수수료도 우대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외 송금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50% 감면되고 이 상품에서 인출한 자금으로 해외에 송금할 때는 100% 면제된다. 환전 및 송금 시에는 50% 우대된 환율이 적용된다. 이체 지정일 전일의 마지막 고시 환율과 직전 3개월 평균 환율을 비교해 원화 계좌에서 인출한 자금으로 외화를 매입하는 '자동이체 적립서비스'도 제공된다. 이 경우 외화를 매입할 때 80% 우대된 환율이 적용된다.
외환은행은 외화예금 고객들이 복수의 환율을 미리 예약해 은행의 고시환율과 일치할 때 원화예금에서 외화예금으로 자동이체 되거나 그 반대로 자동이체 되는 '멀티 환율예약 자동이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최대 3개까지 환율을 선택할 수 있고 각각 금액을 지정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3개까지 복수의 환율을 예약해 해외로 자동 송금되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101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며 외화예금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금리 경쟁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각 은행들이 환율우대나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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