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남북이 '관계개선'을 놓고 서로 복잡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남측이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의 방북 신청을 잇따라 승인하는 등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내자 북측도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개최에 이어 '특별제안'을 해온 것이다.남측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달고 특별제안을 한 북한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취소를 요구하는 등 5개월여 만에 '특별제안'을 전격 내놓았다. 국방위는 지난 1월 중대제안을 통해 요구한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오는 4일 0시부로 남북이 동시 시행할 것을 요구했으며 지난 2월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상호간 비방중상 중단'도 4일 0시부터 재이행할 것과 7월7일 계기 남북관계 전기 마련을 위한 조치 실행을 제안해왔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이번 제안을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에 대한 역제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8월 교황방문과 북한선수가 대거 참가하는 9월 아시안게임 등을 계기로 남북관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환해보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5개월여 만에 나온 공개제안인 만큼 북한의 공개제안을 딱잘라 거절하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북측의 '숨은 의도'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하기로 했다. 정부는 북한의 제의는 새로울 것이 없고, 한미군사훈련 중단, 북한 핵억제력과 병진노선 간섭불허 등의 조건을 달아 수용하기 어렵다고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번 제안은 민간단체의 개성방문 허용, 당국 간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개최 등 북한이 교류재개에 나선 가운데 나온 '유화메시지','대화의 시그널'일 수 있다는 점에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 또 1월 중대제안 이후 2월 고위급 접촉이 이뤄진 점에서 이번 제안도 전례를 따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그래서 긴장을 조성하지 말고 대화로 현안을 풀자고 새롭게 제안하고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우리가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이런 제안을 했다"면서 "그래서 북측이 표현하지 않은 제안의 이면 의도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와 대응방안을 충분히 검토한 후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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