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임금평균 1.8배로 상한선 설정…“공익의 중대함, 신뢰보호 위배되지 않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최고보상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업무상 재해를 당한 산재근로자도 현행 최고보상제를 적용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산재법상 최고보상제도가 최초 도입된 2000년 이전에 업무상 재해를 입고 자신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보상연금을 지급받아온 산재근로자들이 낸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산재법 제36조에 따르면 보험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전체 근로자 임금 평균액의 1.8배를 초과하거나 2분의 1보다 적으면 그 금액을 각각 그 근로자의 평균 임금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산재법 최고보상제도는 2000년 7월 도입돼 시행됐지만, 처음에는 2002년 12월까지를 경과규정으로 뒀다. 법 시행 이전 기준으로 지급받던 산재근로자들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완충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해당 경과 기간은 2년 6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신뢰보호에 충분치 않다고 봐 위헌 결정이 나왔다. 이후 최고보상제도는 2007년 12월 전부 개정돼 2008년 6월 시행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2000년 이전 업무상 재해를 입었던 산재근로자들에게 2008년 6월 이후 개정된 법률을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여부다.
전체 근로자 임금 평균의 1.8배를 초과하는 평균 임금을 적용받던 산재근로자들은 개정된 최고보상제를 적용할 경우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일부 산재근로자들은 최고보상제가 위헌소지가 있다면서 헌재에 판단을 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청구인들의 신뢰가 영구적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최고보상제도가 최초 시행된 2000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8년 동안 종전 방식에 따른 보상연금을 계속 지급받아왔다”면서 “전체 근로자 임금 평균액의 1.8배는 청구인들이 종전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종전 방식에 따른 보상연금보다 감축된 보상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하더라도 청구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종전 방식에 의한 보상연급 지급에 대한 청구인들의 신뢰가 영구불변의 것이라 볼 수 없고, 최고보상제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의 중대함 등을 비교형량 할 때 헌법상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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