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고개숙인 귀국, 홍 감독"알제리전 패배 영향 컸다"…향후 거취엔 말 아껴
[영종도=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홍명보(45) 감독의 '원팀'이 귀국해 뿔뿔이 흩어졌다.
축구대표팀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거쳐 오는 비행기를 타고 30일 오전 6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해 미국 마이애미로 전지훈련을 떠난 지 한 달만의 귀국이다.
홍 감독은 "이번 월드컵 기간 국민들이 선수들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줬는데 보답을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또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우리 팀이 성공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에게 실패만 남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1무2패를 기록, 1998년 프랑스 월드컵(1무2패)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H조 리그에서 승점 1점, 득실차 -3으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또 명 수비수 출신 감독이 이끌었음에도 세 경기에서 여섯골을 내주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사퇴설도 흘러나왔다.
홍 감독은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 가장 좋은 선택을 할것이다"고 한 뒤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이날 홍 감독과 대표선수들은 16강행에 실패한 원인을 설명하는데 집중했다. 홍 감독은 이를 위해 언론 담당관이 인터뷰를 끝내려하자 "더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두 번째 경기가 가장 중요한 경기였고 그 경기를 패배했기에 세 경기 중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23일 열린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2-4로 패한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표팀 주장 구자철(25ㆍ마인츠)은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잘 추스려서 승점을 얻었어야 했다"면서 "경기는 끝났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고 평했다.
알제리와 경기에서 득점하며 활약한 손흥민(22ㆍ레버쿠젠)은 "첫 월드컵출전에서 매우 큰 경험을 했다"며 "브라질이 생각보다 습도 높아 체력적으로 힘들다. 변명의 여지가 없고 준비를 못했기에 월드컵에서 16강에 못갔다"고 했다. 또 9월 있을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대표팀은 귀국인터뷰와 함께 해단식도 했다. 입국장에서 취재진, 여행객, 축구팬 등 약 150여 명이 이를 지켜봤다. 분위기는 썰렁했다. 이른 시간인데다 좋지 못한 성적 때문인지 수백 명이 몰려 박수갈채를 보낸 출국 때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대표팀이 뭘 잘했다고 기자들이 이렇게 몰려들었느냐"며 불만을 털어놓는 시민도 있었다.
인터넷카페 회원들이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행사장에 걸기도 했고 축구팬을 자처하는 남성이 대표선수들에게 엿을 던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한 쪽에 모이자 조아무개(42)씨가 "엿 먹어라! 엿 먹어!"라고 외치며 사탕 모양으로 포장된 노란색 호박엿 수십개를 집어던졌다. 자신을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홍 감독은 실력과 컨디션으로 평가하지 않고 인맥 학맥으로 선수를 평가해 월드컵에서 실패했다"고 비판하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 홍 감독에게 '너는 영웅이 아니고 죄인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 상당수는 이들의 행동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선수단을 향해 "잘했다", "괜찮다"고 격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손흥민의 팬이라고 밝힌 박지수(21)씨는 "대표팀을 향한 비난은 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 '졌으니 헤엄쳐서 와라' 식의 악담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서 "대한축구협회(KFA)의 감독 선임 절차 등에 문제가 있었던 점 등을 차분히 살펴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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