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탄소배출권 시장의 과징금을 평균 배출권 가격에 연동되도록 한 제도 때문에 과징금 왜곡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부러 가격을 낮춰 거래해 과징금을 줄일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기업들끼리 탄소배출권을 사고 팔수 있는 배출권 시장이 열린다. 배출권 시장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세워놓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배출권을 사야 하는 제도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기업은 배출권 3개월 평균 시장가의 3배 수준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과징금을 배출권 가격에 '연동'하도록 한 것이다. 과징금을 시장평균가와 연동시키게 되면 일부 기업들이 배출권 통정매매를 통해 과징금이 낮아지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종민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자회사를 많이 둔 배출권 시장의 메이저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배출권 가격을 일부러 낮게 책정해 이에 연동한 과징금까지 줄여서 거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는 배출권 가격과 별개로 과징금 가격을 산정한다. 유럽연합(EU) 가입 25개국은 1t 당 내야 하는 과징금이 100유로고, 영국은 100유로 가치의 파운드화를 내야 한다. 스위스도 125프랑으로 고정돼 있다. 업계관계자는 "우리나라 탄소배출 시장은 기업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 제도적으로 미비점이 많은데, 과징금과 배출권 가격을 연결시킨 것은 기업측의 이해를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징금 왜곡 우려는 낮은 유동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유종민 박사는 "우리나라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연 국가 중 유일하게 개인투자자와 금융투자업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러다보니 유동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소수의 시장참여자들이 가격과 그와 연동한 과징금을 왜곡할 여지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참여자가 제한돼 유동성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소수의 기업들이 의도적인 가격조작을 통해 과징금을 왜곡하려한다면 거래소에서 시장모니터 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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