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일 국장급 협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이르면 다음달 3일부터 독자 대북 제제를 일부 해제할 것이라고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이 밝혀 주목된다.
북한이 만경봉호를 원산항에 정박시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만경봉호는 원산과 일본 니가타를 왕래하며 여객과 화물을 운송했지만 지난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한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입항이 금지됐다.이에 따라 북한은 일본의 대북 제제 일부 해제에 만경봉호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일 국장급 협의에서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다룰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북한의 설명이 있을 예정이다. 일본은 위원회 구성이 적정한지 확인한 뒤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의 자문역인 이지마 이사오 특명담당 내각관방 참여는 26일 일본 ‘BS 후지’ 방송에 출연, 북·일 협의 결과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3일 일본 정부가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마 참여는 지난해 5월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 등과 일본인 납북 문제를 협의한 아베의 측근이다.
이지마 참여의 발언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5일 북한과 국장급 협의를 7월1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한다면서 협의 결과에 따라 독자 제재조치 중 일부해제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일본 외무성도 이번 협의 결과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로 예정돼 있는 동남아시아 순방 일정 가운데 베트남 방문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일 협의 결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시다 외무상이 국내에서 대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외무상이 해외순방 일정을 임박해서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도 대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한에서 숨진 일본인 유족 9 명의 방북을 받아들였다. 26일 베이지을 통해 방북한 이들은 다음달 5일까지 평양의 용산묘지와 청진, 함흥, 원산 등을 둘러보고 일본에서 방북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성묘는 당초 지난 4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북·일 협의가 진행됨에 따라 연기됐다가 이번에 재개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의 한 북한 전문가는 "일본도 성묘단에 60명의 기자를 파견하는 등 북일 관계 개선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관계개선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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