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015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법정 시한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노총·민주노총은 27일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던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데 양대노총이 2015년 최저임금으로 6700원을 요구한 반면 사용자단체는 8년째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법적 시한은 매년 6월29일이다. 이 시기까지 최저임금 인상안이 정해지면 고용노동부의 고시를 통해 2015년 최저임금이 확정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은 2015년 최저임금을 5210원으로 동결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근로자 위원들의 경우는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노동소득분배율등을 고려할 때 최소 6700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인상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현재까지 수정안조차 제출되지 않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로 예정된 마지막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27일 오전 5시까지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2500년 전 공자도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 했고, 옛말에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으로는 살 길이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자살률·노인빈곤률이 높은 현실에 와 있는데도 사용자단체는 8년째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분명히 공약했다"며 "오늘 저희들은 최저임금 마지막 교섭을 앞두고 박근혜 정권의 공약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도 "최저임금은 400만 노동자들에게 '최고 임금'이 돼 버렸고, 그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00만명을 넘는 것이 현실이다"라면서 "박 대통령은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노동소득분배율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징벌적 배상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동만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법을 위반했을 때 처벌조항도 강화되어야 한다"며 "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100만여건이 넘는 위반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재판에 회부된 사례는 얼마 되지 않아 사실상 처벌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 대한 비판과 호소도 이어졌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는 노동계·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통상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 놓는 경우가 많다. 신승철 위원장은 "공익위원은 심판관의 역할 대신 공익위원으로서 최저임금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적절한 최저임금을 제시해야 한다"며 "마치 노사가 재판을 받는 것 처럼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최저임금 제도는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사자들이 직접 교섭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이 땅의 최저임금제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문 낭독에 이어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노동계 관계자들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최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는 세계 지도자들의 가면을 쓰고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풍자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30분과 4시에는 각기 세종시 고용부청사·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최저임금 관련 집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오후 4시 보신각 집회에서 거리행진을 통해 최저임금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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