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중도 좌파 성향의 유럽 9개국 정부가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한 9개국 정상들은 이날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EU 정상회의에서 유럽국민당그룹(EPP) 대표인 융커를 지지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U 정상들은 오는 26∼2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주제 마누엘 바호주 현 EU 집행위원장의 후임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파리 회의에서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체코, 몰타 총리가 참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융커가 힘을 받게 됐다며 융커를 반대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좌절시키려 유럽 정상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캐머런 총리는 EU 통합론자인 융커를 반대해왔다.
파리 회의에서는 캐머런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융커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는 것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캐머런의 선거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 한 명이 우리 모두에 명령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U 헌법격인 리스본조약은 EU 행정권력의 수장인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EPP는 전체 751석중 213석을 얻어 최대 정파의 지위를 유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정상들은 유럽의회 최대 정파가 EU 집행위원장 후보를 지명하는 전통을 존중한다"면서 "이 경우 융커가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번 파리 회의에서 빠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융커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보수당 내에서는 캐머런 총리의 권한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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