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아르헨티나가 미 헤지펀드에 수 십억달러 채무를 전액 상환해야 한다는 미 법원 결정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채무변제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저녁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분간 진행된 TV 방송 연설을 통해 "미국의 강탈 행위에 아르헨티나가 굴복할 수 없다"면서 "채무재조정에 합의한 채권단들에게 채무를 상환하기 전에 채무조정에 응하지 않은 미 헤지펀드에 채무를 전액 상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미 법원의 판결에 따라 헤지펀드 당사자들과 상환해야 할 채무에 대해 협상할 의지는 있지만, 아르헨티나가 (다른 채권단에게 상환 의무를 져야 하는) 6월 30일 전까지 헤지펀드에 대한 채무변제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미 대법원의 결정 대로 헤지펀드들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15억달러를 갚으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채권을 가지고 있는 다른 채권단에게도 추가로 150억달러를 갚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서 "이는 아르헨티나 외환보유고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갚을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앞서 채무조정에 합의한 다른 채권단에 대해서는 빚을 계속 갚아나가겠다고 밝히며 "아르헨티나를 믿어준 이들에게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부도난 아르헨티나는 헤지펀드에 대한 수 십억 달러 채무를 전액 상환해야 한다는 미 법원 판결을 뒤집는데 실패하면서 또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할 위기에 놓인 상태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1000억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고 2005년과 2010년 채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원금의 71~75%를 탕감해 부도난 채권을 새로운 채권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디폴트 된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 중 93%가 아르헨티나의 제안에 응했지만 억만장자 폴 싱어가 대표로 있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산하 NML캐피탈 등 미 일부 헤지펀드는 채무를 전액 변제하라며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미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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