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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인력 감축…원인은 저가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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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삼성생명 이어 명예퇴직 추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승미 기자]삼성그룹이 삼성생명에 이어 제조업 계열사 중 처음으로 삼성중공업의 명예 퇴직을 추진하며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금까지 계열사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줄곧 인력 감축 대신 재배치에 주력해왔던 삼성그룹이 제조업 계열사의 인력 감축에 나서며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난 2월초부터 삼성중공업 경영진단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2% 급감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총 100명의 감사단을 투입해 2002년 이후 12년만에 경영진단에 돌입했다.

예정대로라면 3월 말에 경영진단을 끝내야 했다. 앞서 그룹의 경영진단을 받은 삼성엔지니어링도 3개월을 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고위 관계자도 3월 중순쯤 "경영진단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과 달리 길어지면서 임직원들 사이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입소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이 사태파악 차원이 아니라 사실상 '감사'라고 분석했다. 경영실적 뿐 아니라 저가 수주, 납품 비리를 포함해 임직원들의 기업윤리까지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4개월의 장고 끝에 삼성그룹이 명예퇴직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선 배경에는 제2의 삼성엔지니어링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은 저가 수주한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로 인해 1조2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상당수 저가 수주에 대한 부실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 보다 낮은 가격에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뒤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와 동일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부실 규모는 약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8년 조선 경기가 나빠지자 신사업인 해양플랜트로 눈을 돌렸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계약 1건당 10억~20억 달러에 달한다. 당시 관련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던 삼성중공업은 원가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채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다. 이후 막상 실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선주측이 제시한 특정 기자재를 사용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추가 경비가 많아 원가 이하에 수주한 사례들이 대거 드러난 것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원가 대비 최대 15~20%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저가 수주를 감추며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처럼 현 상황 대로라면 삼성중공업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조선ㆍ해양부문의 비중은 유지하면서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E&I 부문의 비중은 대폭 줄이거나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해양 사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96.5%, 건설 사업은 3.5%씩이었다.


아울러 서울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경영지원 관련 인력은 거제 본사로, 설계와 연구 인력은 경기도 판교로 이동하면서 경영과 연구 두 축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감사를 받는 직원들 사이에서 구조조정과 관련된 소문이 나오고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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