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돋보이는 팀은 오릭스 버팔로스다. 지난 시즌까지 최하위를 맴돌았지만 13일 현재 퍼시픽리그 선두(39승21패)를 달린다. 상승세를 주도하는 선수는 단연 가네코 치히로(31)다. 깜짝 스타는 아니다. 지난 시즌에도 29경기에 선발 등판, 223.1이닝을 책임지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01 200탈삼진 승률 65.2%로 선전했다. 10경기에서 완투를 뽐내는 등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5경기 선발 등판, 완투 10경기, 15승, 평균자책점 2.50, 승률 60%, 150탈삼진, 200이닝 등 사와무라상의 일곱 가지 요건도 모두 충족했다. 크게 조명을 받진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뛴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때문이다. 지난 시즌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로 맹활약했다. 완투가 8경기에 그쳤는데도 사와무라상을 거머쥐었다. 가네코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가네코는 올 시즌에도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85이닝을 던지며 4승 3패 평균자책점 1.38 109탈삼진을 기록했다. 3경기는 완투였다. 현 흐름을 유지한다면 그는 27경기에서 212이닝을 던지며 10승 272탈삼진을 남기게 된다. 승운이 조금 더 따라준다면 2년 연속으로 사와무라상의 요건을 모두 채울 수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팔꿈치가 아팠다. 2003년 오릭스의 지명을 받았을 때부터 문제로 지적된 부상이다. 하마터면 프로 데뷔가 불발될 뻔했다. 지난해 그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불펜피칭과 실전등판을 건너뛰었다. 재활에 매진하면서 정규시즌을 준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팔꿈치 부상은 약이 됐다. 가네코는 “피칭에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그는 말한다.
“부상 전까지만 해도 마운드에서 100%의 힘으로 공을 던지는데 집중했다. 특히 투 스트라이크 뒤 삼진을 잡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전력투구는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원하는 곳에 공을 넣으려고 노력했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타자와의 승부가 한결 편안해졌다. 커맨드에 집중했을 뿐인데 탈삼진도 늘었다. 3월 29일 지바롯데와의 시즌 개막전이 그 출발점이었다. 1회 톱타자 네모토 슌이치를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는데 땅볼을 유도하려고 몸 쪽 낮은 코스로 던진 속구가 루킹 삼진으로 연결됐다. 타자에게 얻어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정교한 커맨드의 중요성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내 투구의 한 형태가 만들어졌다고나 할까. 전력으로 던지지 않아도 타자를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성적은 내려놓을 때 오른다
가네코는 팔꿈치 통증이 사라진 6월 이후 한층 정교한 투수로 거듭났다. 커맨드에 신경을 쓰면서 힘까지 적절하게 조절해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요리했다. 올 시즌 투구는 한층 더 발전했다. 가네코는 지난 시즌 땅볼(35.0%), 삼진(30.6%), 플라이 볼(28.9%) 순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올 시즌은 삼진(43.6%), 땅볼(30.0%), 플라이 볼(19.6%) 순이다. 볼넷도 거의 내주지 않는다. 9이닝 당 볼넷(BB/9)이 2.22개에 불과하다. 규정이닝을 채운 퍼시픽리그 투수 가운데 다섯 번째로 적다. 반면 9이닝 당 탈삼진(K/9)은 11.54개로 리그 선두다. 가네코는 기복도 적다. 선발등판한 11경기를 모두 퀼리티스타트(QS)로 장식했다. 리그에서 전 경기 QS를 선보이고 있는 투수는 팀 동료 니시 유키(11회)와 가네코 둘뿐이다. 그럼에도 승리의 여신은 둘을 차별한다. 니시는 9승 2패로 다승 1위다. 가네코는 4승(3패)밖에 챙기지 못했다. 불운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인플레이 된 타구의 안타확률(BABIP)이 0.302일 정도로 타구 운이 없고 ▲그의 선발경기에서 득점 지원(RS)이 2.79점에 그쳤다. 오릭스 타선이 경기당 4.14점을 뽑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 아쉬운 수치다. 반면 니시는 BABIP 1위(0.192), RS 3위(5.13점)다. 불운에도 가네코는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비도움을 배제한 평균자책점(FIP)이 2.01이다. 잔루처리율(LOB%)도 87.5%로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좋다.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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