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도약 꿈꾸는 '천재'
[이구아수(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이과수에 도착한 박주영(29ㆍ아스날)의 표정은 밝았다. 표정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11일(한국시간) 마이애미 국제공항을 떠날 때부터 그랬다. 밀려드는 사인과 기념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전날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0-4 패) 결과 때문에 편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설레는 듯한 표정도 언뜻언뜻 드러났다. 그러나 박주영은 이내 그런 표정을 감추곤 했다. 브라질로 향하는 심정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현지에 도착해봐야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브라질'이라고 말할 때 갑작스럽게 드러나는 들뜬 표정을 숨기지는 않았다.
박주영 입장에서 브라질 입성은 또 한 번의 '귀향'이다. 그는 대구 청구고 1학년이던 2001년 포스코 교육재단이 지원하는 유망주로 선정돼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지쿠 축구학교에서 1년 동안 축구 유학을 했다. 브라질의 축구 스타 코임브라 지쿠(61)가 1993년 고향에 설립한 사설 축구 기관이다. 기간은 1년이었지만 박주영의 축구를 몇 단계 성장하게 만든 결정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박주영은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눈을 가늘게 떴다. 브라질에서 돌아온 박주영은 완전히 다른 선수로 발돋움했다. 2003년 금강대기(12골), 문광부장관기(9골), 대통령금배(6골) 전국추계축구연맹전(12골) 등 네 개 대회 득점왕에 올라 놀라움을 샀을 뿐 아니라 청소년대표로 선발되어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박주영은 '축구천재'라고 불렸다.
월드컵 대표로 브라질 땅을 다시 밟은 박주영의 책임은 고등학생으로 리우데자네이루에 갈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막중하다. 축구대표팀의 원톱 공격수로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소속팀에서조차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가운데 논란 속에 대표팀에 발탁된 그에게 선택의 폭을 넓지 않다. 튀니지와 가나를 상대한 최근 두 차례 평가전에서 그가 보인 침묵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박주영이 아무리 부진해도 질타 속에는 기대와 격려가 숨어 있다. 국내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1일 '주목해야 할 2014 월드컵 10대 스타'를 선정하고 그 중 다섯번째로 박주영을 꼽았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며 한국이 속한 H조에서도 박주영 만이 포함됐다.박주영은 미국의 한 일간지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2014 월드컵 10대 스타'에 포함됐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박주영을 선정한 이유로 "한국의 국가대표로 63경기에 나가 24골을 기록했다. 최근 부상을 겪긴 했지만,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박주영의 활약이 꼭 필요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도 조별리그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2-2무)에서 박주영의 득점이 있었기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45)도 같은 믿음을 간직했다. 큰 경기에 강한 '해결사'의 모습을 기대한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놓고 일본과 3-4위전(2-0 승)을 했을 때 결승골을 터뜨리던 모습을 브라질에서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홍 감독은 "2년 전 올림픽 때보다 컨디션과 경기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박주영도 마이애미에서 한 인터뷰에서 "공격수의 임무는 득점이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을 넣겠다"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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