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운영 중단 잇따라…월드컵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아닌가 지적도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잇따라 철거되고 있다. 시민들은 세월호가 너무 빨리 잊혀지는 것이 아닌가 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11일 부천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4월25일 부천시청 로비에 설치했던 분향소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울산시 북구, 동구, 중구, 울주군 등에 마련됐던 분향소도 10~11일에 문을 닫았다. 한때 38개소의 분향소를 운영했던 경기도 내 분향소는 현재 7곳 밖에 남지 않았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기초자치단체 및 시민단체가 마련한 분향소의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분향소가 서서히 문을 닫고 있는 이유는 이달 들어 조문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조문객은 꾸준히 감소해 5월 첫째 주 7만5090명에서 넷째 주에는 7359명으로 집계됐다. 6월 들어 조문객은 더욱 크게 감소해 첫째 주에 735명이 방문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분향소가 조기에 문을 닫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아직은 이르다는 반응이다. 또한 지자체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특수'를 위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빠르게 지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학교 교사 박지은(30·여)씨는 "아직도 진도 깊숙한 바닷속에 학생들이 남아 있지 않나"라며 "이들이 모두 돌아오고 합동영결식이 끝난 뒤에 철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인 임모(35)씨는 "한 고위공무원은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 때문에 사람들이 우울해지고 경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면서 "세월호의 기억을 걷어내고 월드컵 마케팅을 하려는 목적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전국 17개 시·도청 소재지별로 각각 한 개씩의 합동분향소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들어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이 크게 줄었지만 서울시 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안산 지역 합동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행정부 측은 분향소의 규모 축소나 조기 철거에 관해서는 "현재까지 계획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