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제27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자체적으로 열어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같은 날 정부가 주최하는 기념식에는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임명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참석하지 않았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민주항쟁 도중 숨진 열사들의 묘에 헌화·분향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날 기념사에서 "87년 6월의 광장에는 시민과 학생·넥타이부대·노동자·농민·정치인 등 모든 국민이 함께해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면서 "그 자리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김근태 전 의장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자들과 국회의원, 당원들이 함께 했었다는 사실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또 "오늘의 민주주의는 다시 후퇴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은 아직도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고문과 폭력으로 민주화운동을 탄압했던 과거의 국정원은 여전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유출과 간첩증거조작사건 등을 일으키며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국가운영은 민주주의 정신에 기초해 주권자인 국민들과 소통하기보다는 불통의 1인 통치시대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공동대표는 "6월 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이정표이자 수많은 분들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귀한 역사"라며 "독재의 시퍼런 사슬을 끊어내고 대한민국을 바꾸는 행진에 앞장섰던 영령들 앞에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안 공동대표는 이어 "세월호 참사라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야뿐 아니라 사회 곳곳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민생과 국가 안전을 위해서라면 정부·여당과 맞서야 할 때 맞서고, 협력해야 할 때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월 박 이사장이 임명됐을 당시 "정부가 친박·뉴라이트 낙하산 인사인 박 이사장을 임명한 것은 민주화 운동에 대한 모욕"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제3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반발해 정부가 주관한 기념식에 참석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추념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5·18과 6·10민주항쟁 무력화 시도"라며 "지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지 않아서 반쪽짜리 기념식이 되고 말았고, 이번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불법적으로 임명해서 기어이 반쪽짜리 기념식을 치르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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