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부품 등 설계도면 빼돌려 경쟁업체에 넘기고 일부는 中 업체에 유출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력을 보유하거나 국가로부터 인증받은 유망 중소기업의 부품 생산기술을 빼돌린 이들이 대거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H사의 농기계 부품 기술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 회사 전직 전략영업팀장 이모씨와 이를 중국으로 유출한 오모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7월 H사를 퇴사한 이씨는 농기계 유압무단변속기(HST) 설계도면 1551장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HST는 유압을 이용해 엔진 동력으로 농기계를 작동하게 하는 부품이다. 국내에서는 A사만이 생산기술을 갖고 있고 전 세계에서도 3개 업체만 보유하고 있다. 일부 기술은 국책과제로 선정돼 43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기술 중개회사를 운영하는 이모(구속기소)씨와 오모(구속기소)씨는 이씨가 빼돌린 HST 설계도면 중 44장을 건네받아 사용하고 이 가운데 13장을 중국 업체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은 D사 손모 사장과 김모 연구소장은 HST를 생산하기 위해 중국에서 160억 상당의 주문을 받았다는 허위 발주서류를 만들어 기술신용기금으로부터 10억7900만원 상당의 보증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을 구속 기소하고 D사가 조작한 서류를 이용해 대출받은 5억원을 은행에 반환했다.
검찰은 또 '패스트 폴드' 설계도면을 경쟁업체에 넘긴 A사 전 연구소장 노모씨와 이를 넘겨받아 사용한 S사 대표 곽모씨를 구속기소하고 S사 법인을 함께 기소했다.
노씨는 2011년 9월 A사에서 퇴사하면서 초고속 자동 접착장치인 패스트 폴드 설계도면 6만4842장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기술은 종이상자를 자동으로 접는 것으로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신기술'로 인증돼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노씨는 감봉에 불만을 품고 경쟁사 대표인 곽씨를 찾아갔고, 곽씨는 노씨에게 '퇴사시 영업비밀 준수 서약서를 작성하지 말 것'을 지시한 후 설계도면을 건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인력관리와 보안 시스템 구축이 미흡하고, 기술 유출시 회사가 도산할 정도로 피해가 중대하다"며 "정부 출연금을 지원받아 국책기술을 개발하거나 신기술을 인증받은 유망 중소기업의 보안을 강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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