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대표팀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전 체급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전해섭 대표팀 총 감독은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레슬링협회 비전 선포식에서 “이번 그레코로만형 선수들이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전 체급 금메달을 거머쥔 복싱처럼 모두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도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감독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점 훈련’으로 선수들의 근지구력과 체력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안 감독은 100여 가지 프로그램을 직접 고안해 선수들이 지친 상태에서도 힘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강도는 태릉선수촌에서도 지옥훈련으로 통할 만큼 세다. 선수들은 35~40㎏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차고 개구리 점프로 육상 트랙을 돈 뒤 1초의 휴식도 없이 허들, 사다리 등의 장애물을 넘는다. 엎드린 자세에서 가슴을 앞으로 밀면서 400m 트랙을 한 바퀴 돌면 벽에 몸을 기대고 물구나무서기로 200m를 이동한다. 400m 트랙을 1분 내 주파하고 30㎏의 타이어와 씨름을 하는 등 고된 훈련의 연속이다.
안 감독은 "지친 상태에서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 지구력과 파워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생사를 넘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75kg급의 김현우(삼성생명)는 "적응이 될 만하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져오셔서 꾀를 부릴 수조차 없다. 숨이 넘어갈 것 같아도 계속 해야 한다"고 했다. 지옥 훈련을 겪으면서 선수들은 모두 세계 최강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김현우를 비롯해 71kg급의 정지현(울산남구청), 59kg급의 김영준(수원시청), 66kg급의 류한수(삼성생명), 80kg급의 김준형(삼성생명), 85kg급의 이세열(한국조폐공사), 98kg급의 구학본(광주남구청), 130kg급의 김용민(인천환경공단) 등이다. 이날 대한레슬링협회 수장으로 공식 취임한 임성순 회장은 “이 가운데 김현우, 류한수, 정지현의 금메달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레코로만형의 선전은 함께 훈련하는 자유형 선수들에게 자극제도 되고 있다. 박장순 자유형 감독은 “그레코로만형 선수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 많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이 살아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겠다”고 했다. 강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그는 최근 삭발도 감행했다.
한편 이날 대한레슬링협회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발전을 목표로 내걸었다. 숙원사업인 전용체육관을 건립하는 한편 마케팅 수익사업 강화 등으로 자생력을 갖추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장기적인 육성 플랜을 마련해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에도 대비할 방침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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