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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의 평사리日記]소만(小滿)들판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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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의 평사리日記]소만(小滿)들판에 서서 소만들판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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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보릿단을 안고 촌로들이 들판을
뒹굴 듯이, 자빠지듯이, 미친 듯이 헤집고 다녔다


보리까시랭이가 온 몸을 할퀴어
팔뚝과 얼굴에는 예리한 칼날로 회 쳐 놓은 듯 가는 실 피가 흘러나왔다

보릿대 태우는 연기는 들판을 혼돈으로 쳐 박아 버리고
질식할 연기에 얼굴은 땀과 눈물범벅이었다


보리까시랭이 보다 더 예리하게 가슴을 할퀴었던 보릿고개에도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한 바가지 물 뿐이었다

지난 밤 소만들판에 한바탕 바람이 몰아쳤나 보다
회오리바람 흔적위로 아버지가 보릿고개를 넘어서시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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