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남경필(새누리당)ㆍ김진표(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그동안 격론을 벌여 온 '보육교사의 공무원화'(김진표)와 '한국은행 경기도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 자료는 탁상행정 전형'(남경필) 주장을 두고 서로 다른 대응전략을 구사, 눈길을 끈다.
남 후보는 김 후보의 보육교사 공무원화에 대해 '8조원의 예산이 드는 무책임한 공약'이라며 비판에 무게를 두다가 최근 보육교사 수당을 월 5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대체교사제를 활성화하겠다며 보육교사 지원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진표 보육교사 공약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며 남 후보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김 후보는 '김문수 지사 재임 중 경제지표 꼴찌'라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인용한 주장에 대해 남 후보 측이 '잘못된 자료를 갖고 주장하고 있다'며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최근 남 후보를 향해 사과하라며 강경 대응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 후보의 이 같은 방향선회는 남 후보에 비해 강점으로 꼽히는 경제통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남경필 "보육교사 수당 월 50만원까지 올리겠다" 정면돌파
김진표 후보의 '보육교사 공무원화'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 온 남경필 후보는 27일 보육교사 지원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보육교사 수당을 월 5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대체교사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도내 보육교사 7만명에 대한 처우개선비 등 수당을 내년부터 월 10만원씩 지급하되 재정상황을 봐가며 월 50만원까지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후보는 나아가 장기적으로 민간어린이집의 급여체계를 국공립과 같은 호봉제로 전환하고, 처우 또한 병설 유치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보육교직원의 법정 휴가를 보장하고 민간어린이집에도 초과근무수당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외에도 보육 교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재교육을 강화하고, 교사들의 출산·휴가·교육 때 대체교사를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체교사의 1일 수고비를 현실화하고 시ㆍ군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전담 조직을 꾸려 '인력은행'을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남 후보는 "보육교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보육교직원의 지위 향상과 신분 보장을 위해 지속적이고 충분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진표 후보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도내 7만여명의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연차별로 교육 공무원화하고 관련 입법 전이라도 월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주겠다고 공약했다.
남 후보는 이에 대해 "보육교사를 공무원으로 전환하려면 8조원이 든다"며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왔다.
◆김진표 "한국은행서 경기도 GEDP 꼴찌 주장 사실" 사과요구
김진표 후보는 28일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별첨)를 보면 자신이 인용한 경기도 GRDP통계는 사실로 확인됐다며 남경필 후보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경기지역 경제의 문제점과 과제'보고서를 근거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8년 도정실패를 지적했다.
김 후보는 보고서를 인용해 경기도 GRDP성장률은 2006년까지 전국평균(7.2%)보다 높은 7.9%였으나 김 지사 재임 8년간 6.1%로 낮아졌고, 이는 전국 평균(6.4%)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또 1인당 GRDP(2011년 기준)도 2062만원으로 광역권 자치단체 중 최저로 1인당 소득 및 생산성 수준이 다른 권역에 비해 하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 후보는 지난 1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경기도지사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지금 경기도의 GRDP가 꼴찌라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한국은행에 확인한 결과 그 통계는 (김 후보가)잘못 아신 것 같다"고 일축했다.
또 20일 OBS합동토론회에서도 남 후보는 "보고서를 잘못 인용했다. 한국은행에 직접 확인했고, 담당부서에서 잘못된 보고서라고 확인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21일에는 이종훈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난 이틀간 TV토론에서 김 후보는 '(경기도가) 대한민국 전체에서 경제성장률은 꼴찌, 또 재정건전성도 꼴찌가 됐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며 "깊은 고민 없이 탁상에 앉아 참모들이 올려주는 보고서만 읽고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만 도용, 토론장에서 주장한 것은 최고 경제관료를 지낸 경제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관료의 수치'며 전형적인 '탁상행정가'의 모습"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한국은행 보고서의 왜곡 및 오류가 있었느냐는 남 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한은 측이 분명한 답변을 보내왔다"며 "이제 남경필 후보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당장 자신이 한 발언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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