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증권사 희망퇴직 확정인원만 1600명 이상
대신證·중소형사 등 추가 구조조정 늘어날 듯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올해 들어 희망퇴직으로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이 1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악화로 증권사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영향이다.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증권사와 희망퇴직 예정인 곳까지 더하면 증권업계 희망퇴직자는 2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0여명 이상이 한 반기에 증권가를 떠나는 것은 2003년 카드채 사태 이후 11년여 만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NH농협증권은 전체 직원 858명의 23%에 해당하는 196명의 희망퇴직자 규모를 확정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110여명보다 많은 수준이다.
농협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사도 생존을 위해 부득이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희망퇴직자 수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올 들어 희망퇴직을 실시한 곳은 농협증권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동양증권은 대만 유안타증권 매각 전에 선제적인 구조조정 일환으로 전 직원의 약 25%인 65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3월에는 부국증권이 전 직원의 35%가량인 45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4월에는 삼성증권에서 전 직원의 10% 이상인 300명이 넘는 인원이 희망퇴직으로 퇴사했다. 이달에는 하나대투증권에서 145명이 희망퇴직했다. 또 우리투자증권에서 300~400명의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았다. 지난 26일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자 접수를 받고 있는 대신증권을 제외하더라도 희망퇴직자 수는 1600여명에 달한다.
업계는 추가 구조조정이 예정된 곳까지 더하면 희망퇴직자 수가 2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과 중소형 증권사 등을 감안해서다.
증권사 임직원이 한 반기에 2000여명 줄어든 것은 2003년 이후 11년 만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3년 카드채 사태가 터지며 증권사 직원수가 대거 줄어든 이후 이렇게 대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올해 증권사 지점과 임직원 수 감소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0여년간 증권업계에 몸담은 한 관계자는 "단일 업종에서 이렇게 회사별로 줄줄이 희망퇴직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2년 말 3만6685명이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03년 6월 말 3만4655명으로 2030명 감소했다. 이후 2005년 6월 2만9768명까지 줄었다가 2011년 말 4만4055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다 다시 줄면서 올해 1분기에는 3만9146명으로 감소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 28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다 구조조정 등으로 판매관리비가 줄면서 올해 1분기 35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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