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장기부진이 원인 "젊은 직원들 불안감에 회사 떠나려해"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증권사 희망퇴직 신청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경력 10~15년 이상의 차장ㆍ부장급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경력 5~10년 미만의 30대 대리ㆍ과장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속되어 온 증시 침체로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삼성증권과 동양증권 등은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했으며 하나대투증권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난 주말부터는 합병을 앞두고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현재 NH농협증권은 오는 19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심사를 거쳐 이달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도 21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을 계획이다. 대신증권도 다음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희망퇴직을 받은 증권사에서는 신청자에 대한 대리ㆍ과장급 수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많은 수의 30대 젊은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젊은 직원들이 증권업계의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며 아예 이번 기회에 떠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과장ㆍ대리급의 젊은 직원들이 희망퇴직 신청으로 회사를 떠나거나 고려하고 있는 것은 업황 부진 장기화로 증권 산업에 대한 매력이 크게 추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희망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주식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증권사들은 또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위로금 등을 많이 받고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더 좋다고 판단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젊은 직원들을 만류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인사담당 관계자는 "자녀 학비 마련 등에서 조금 더 가벼운 젊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해 유학을 가거나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면서 "회사입장에선 구조조정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향후 증권 산업에 젊은 피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에선 전체 희망퇴직 신청자 가운데 20%가 대리ㆍ과장급이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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