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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말하는 '공무원 개혁'의 네가지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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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관피아 막으려 재취업 막아놨다
② 절반은 민간 전문가 뽑아라
③=①+② 뽑힌 민간인, 퇴직하면 '낙동강 오리알'
④=①+②+③ 이런 자리에 누가 오나?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유제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강도 높은 공무원 개혁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전문가 채용은 생각처럼 쉽지 않고,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고령화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세월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공무원 조직 개혁을 위해 5급 공무원의 민간 전문가 채용 비율을 50%로 늘리고, 공직자 재취업 기준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5급 이상의 공직에 민간 전문가 채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민간 전문가가 들어올 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발표한 개혁방안에는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 대상기관이 현재의 3배 수준으로 확대되고, 취업제한 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는 방안이 담겼다. 또 공무원 재임 때 하던 업무와의 관련성 판단기준도 고위공무원의 경우 '소속부서'가 아니라 '소속기관'의 업무로 확대하고, 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한 경우 10년간의 취업이력을 공시하는 시스템도 만든다. 공무원들의 퇴로를 차단해 '관피아'를 막겠다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민간의 진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하게 된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이런 대책은 실질적으로 공무원 정년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5급 사무관들의 승진이 늦어지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60세 정년을 채운 후에야 퇴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공무원들이 제 발로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공무원이 들어설 자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경제부처 국장급 인사는 "결국 공무원 사회가 노령화되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공무원 혁신이나 창의적인 정책 개발은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전문가가 스스로 공직에 들어설 가능성도 적다. 공모형 개방직의 경우 대개 임기가 2~3년이다. 이들 역시 공직자로 일하면 민간으로 되돌아 갈 퇴로가 차단된다. 연봉이나 근무조건도 민간에 비해 열악하다. 일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심판관리관(국장급) 자리는 지난달부터 공석이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4차례 공고가 나갔지만 지원자가 없다.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연봉은 낮고, 세종시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꺼리는 것이다. 담화 발표후 민간으로 되돌아갈 기회가 사라진 것도 악재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심판관리관에 지원해야 할 경력을 갖춘 인재라면 민간에서 충분히 억대 연봉은 받을 수 있는데, 세종시에서 그보다 적은 돈을 받고, 2년 동안 고생해야 한다"면서 "이후에 되돌아갈 곳도 없는데 누가 지원하겠냐"고 귀띔했다.


박경원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수체계, 공직의 특성 등의 조건을 감안할 때 경쟁력있고 역량있는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지원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박성민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간 출신의 경력자들을 좋은 조건에서 적극적으로 유입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 개발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민간 전문가 영입 대상 직급을 7급까지 넓히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전했다.


민간전문가가 공직에 들어온다고 해도 공직사회에서 이들이 화학적인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해양수산부의 경우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부서가 다시 합쳐졌는데 해양과 수산 분야에서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같은 공무원 조직 내에서도 이같은 알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민간전문가들이 들어와서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성민 교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계급제를 축소하고 직위분류제를 확대하면서 순환보직제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료와 민간 출신의 협력을 위해 다양한 의식개혁 프로그램 개발ㆍ운용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채용에서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박경원 교수는 "우리 사회는 특채 시비 등이 문제가 되면서 집권화된 채용구조를 갖게 됐다"면서 "각 부처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선발하기보다는 조건에 맞는 인력을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도림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간 전문가 채용에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한 문제"라면서 "고시는 '기계적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품성과 인격도 고려하는 민간 채용의 경우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올해 행시 선발 예정 인원은 총 391명이다. 이는 기존 공무원의 정년 퇴임과 함께 명예퇴직을 감안해 각 부처의 수요 조사를 거쳐 정한 것이다. 하지만 퇴로 차단으로 명퇴자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 등의 부처를 신설하는 것 역시 공무원 수 증가의 이유가 된다. 결국 '공무원 개혁', '관피아 척결'을 모토로 시작한 작업의 결과가 공무원의 밥그릇을 늘리는 효과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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