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일 경제인들이 양국 정부에 대해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지속 가능하고도 균형 잡힌, 강력한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서로 긴밀히 제휴ㆍ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제46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한 304명의 양국 경제인들은 15일 일본 오쿠라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이틀간의 회의일정을 마쳤다.
이날 양국 경제인은 일본에 이어 한국정부가 TPP 교섭 참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한일 양국에 의한 '하나의 경제권'형성 실현을 위해서도, 나아가서 아시아지역 전체의 경제통합을 위해서도 뜻 깊은 일로, 양국 정부의 방침을 환영하며 한일FTA 체결추진과 병행하여 서포트해 나가기로 했다.
또 내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50년을 향한 미래지향의 한일관계 구축의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아울러 양국 정부에 대해서는, 양국 간의 경제ㆍ문화ㆍ인재교류를 충실히 하고 적절하게 실행함에 있어서 정치적 안정은 필수로서, 그러한 의미에서 양국 정부에 대해 하루속히 한일 양국에 의한 양자 간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솔직하고도 미래지향적인 의견을 교환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향후 50년을 향한 구체적 시책으로서 △제3국 공동 진출의 확대, △양국 고교생ㆍ대학생ㆍ대학원생 등 각 레벨에 상응하는 교류 확대, △ 예방의료ㆍ요양보호ㆍ 간호 등을 중심으로 한 정보공유ㆍ공동연구 실행, △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공유 협력, △ 동북아시아의 국경을 넘어선 대기오염을 포함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협력관계 구축 △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인적교류 실현, △ 평창동계 올림픽ㆍ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개최 △풀뿌리 문화교류 촉진 △ 민간의 입장에서 양국 관계개선을 위해 전면적인 협력 등을 합의했다.
이에 앞서 양국 경제인들은 전체회의를 열고 '21세기를 아시아의 세기로'라는 주제 하에 '2015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한일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시아의 경제통합문제를 다룬 전체회의 1세션에서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아시아 시대를 위한 경제통합 움직임에서 한일협력은 가장 중요한 열쇠"라며 한국과 일본의 경제관계에 대해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의 경쟁이 유럽과 미국이 지배하던 피겨스케이팅을 아시아권으로 옮겨오는데 성공한 것처럼 매우 어른스러운 경쟁관계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경제통합은 상호 시장개방의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결심이 필요하며, 서로를 장래의 친구 국가로 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김 원장은 아시아의 진정한 경제통합을 위해서는 세계 EU 연구자들의 모임에서 나온 'EU의 경제통합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경제통합의 아버지들이 경제통합에 앞서 정치적 통합을 먼저 이루었기 때문'이라는 영국 학자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화해의 노력이 진전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유럽연합 경제통합은 최초 6개 회원국 간 신뢰와 투명성을 확보하고 인간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라는 양대 원칙 하에서 지난 60여 년 간 진행되어 2013년 말 28개 회원국으로 팽창했다"면서 "이에 반해 동아시아는 지역경제통합이 자유무역협정 추진이라는 초기단계에 있으며, 유럽연합처럼 경제통합을 이루어 글로벌경제의 주역으로 재탄생 할 것인지 아니면 지역경제로 변방에 머무를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름길은 한일경제협력을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경쟁관계에서 협력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신흥시장 및 중동시장 등 제3국 공동진출, 공동자본시장 창출 협력 등이 필요함을 제안했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한 전체회의 2세션에서 신정식 아주대학교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는 '한일 에너지 협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서 한일 간 에너지협력 추진배경 및 방안을 설명하고 석유 및 가스 가격에 포함된 아시안 프리미엄 해소 방안과 아시아 슈퍼 그리드 구축을 위한 한일 간 전력망 연계사업을 한일 에너지 협력프로젝트로 소개했다.
신 교수는 "한일 양국 간 전력 교역(electricity trade)은 양국의 전력설비비용의 절감과 최적 에너지 믹스 결정에 기여하며,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전력난 해결과 한국의 전력수급안정성 제고, 신규 대형 인프라 사업을 통한 경기활성화 및 고용창출 효과, 궁극적으로 전기요금 인하효과를 통해 양국 전기소비자의 후생 증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추진방안으로서 신 교수는 "장기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는 에너지프로젝트의 특성상 한일 양국 간에 정부단계의 신뢰구축이 선결사안"이라고 강조하고 "프로젝트의 실질적 지속적 추진을 위해서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부문의 창의성이 주도하는 형태의 한일 에너지 협력사업 방안을 추천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러시아의 에너지자원과 북미의 비전통적 에너지자원 간의 경쟁적 추세를 한일 양국이 협력하여 잘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며, "에너지부문의 협력은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지역 평화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최창희 노무라종합연구소서울 이그제큐티브 파트너는 "이제까지의 한일 협력은 한일 양국 간 소재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상대국에 대한 수출 또는 투자유치를 유도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그러나 한일수교 50주년을 앞둔 현시점에서 새로운 50년을 바라보며 한일 산업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파트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테마는 한일 협력을 통한 제3국 인프라 자원 사업 진출"이라며 "급속도로 대규모화와 글로벌화가 되어가는 인프라/자원 개발 사업 기회는 금융면, 지역 커버리지면, 양국 기업의 역량 측면에서 상호 보완되어 실질적인 협력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또 "구미, 중국 등 거대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현재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는 사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한일협력을 보다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는 협력 안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한 한일협력 전문기관이 주도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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