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의 무기도입사업을 담당했던 한 예비역장성은 올해 초 전역을 하고 방산기업인 S사에 취업했다. 방위사업청의 경우 5급이상 공무원, 대령급이상 군인, 2급이상 군무원, 감사업무종사자는 취업제한기업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또 전역전 3년간 관련사업부서에서 근무했을 경우에는 사전신고와 승인없이는 해당업체 취업이 금지돼 있다. 이 예비역장성은 이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방산기업 계열사로 위장취업한 후에 방산담당업무를 맡고 있다.
14일 군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해경과 유관단체들의 유착 고리가 탈ㆍ불법으로 이어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퇴직 군간부들도 취업제한 등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군피아(군인+마피아)의 유착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이 무기를 도입하기 위해서 쏟아붓는 금액은 연간 10조원. 무기를 도입하려면 각군에서 무기체계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합동참모본부의 검증을 거쳐 방사청에서 무기사업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무기도입 관련부서는 방산기업과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다.
방산기업 관계자는 "무기도입관련 핵심부서에서 전역한 예비역장성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군의 핵심부서와 '선후배'라는 연결고리를 형성해 무기도입시기, 예산, 물량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채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 간부들중에는 우수한 인력이 많지만 기업 일부 임직원자리의 경우에는 무기도입 관련부서에서 추천해주는 예비역 장성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놓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방산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한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도 마찬가지다. 방진회는 관례적으로 예비역 간부를 채용하고 있다. 현재도 부회장직과 전무직에는 각각 육사 28기와 해사 31기가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군피아의 낙하산 취업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군 간부는 전역전 근무기간에 따라 직업보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10~12년 근무한 전역자는 5개월, 30년 이상근무한 전역자는 12개월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교육기간중에는 아직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겸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전역도 하기 전에 취업하고 4대연금을 피해 월급을 자문료 형식으로 지급받는 경우도 있다. 제대후에는 군인연금까지 불법수령하기도 한다.
본지가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역후 취업에도 불구하고 군인연금을 불법수령하다 적발돼 징수된 액수는 2011년 2억266만원(28명), 2012년 2억4519만원(61명), 2013년 1억2911만원(24명)으로 나타났다.
기업채용전문가들은 낙하산 채용 등 불법취업을 막기 위해서는 군 간부들의 직업보도 교육기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역을 앞둔 군 간부들은 직업보도기간에 출근을 하지않고 월급을 수령할 수 있다. 이 기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지원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방부에서는 장기복무 전역예정자의 취업ㆍ창업을 돕기 위해 매년 53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오히려 최근 5년간 취업자수는 2009년 2265명, 2010년 2226명, 2011년 2020명, 2012년 1471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일자리 확보를 위해 올해에는 일자리 2000개, 취업지원 목표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일자리는 48%, 취업지원자는 47.7%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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