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앱에 밴드에 등급제 커뮤니티까지…휴대폰 판매 무한진화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휴대폰 판매와 불법보조금 지급 수법 진화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휴대폰 보조금도 회원 등급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는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휴대폰 판매업자들이 네이버나 다음의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게시판마다 읽을 수 있는 회원의 등급을 지정해 보조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네이버 카페에서는 '새싹멤버'부터 '특별회원'까지 회원 등급을 나눠 각 등급마다 볼 수 있는 게시판의 종류가 다르도록 지정해놓고 있었다. 예를 들어 '특별회원'은 '특별회원 VIP 이벤트' 게시판을 읽을 수 있는 권한이 있으나, 그 이하 등급의 회원은 이 게시판에 접근이 제한된다.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카페 방문 횟수와 게시글, 댓글 수 등을 충족해야 한다. 기자 역시 몇 번의 시도 끝에야 등급 조건을 충족해 VIP 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해당 게시판을 들어가자마자 '갤럭시 S5 골드'를 실 할부원금 38만6800원에 판매하는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낮은 등급의 회원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에 올라온 매물들은 대부분 적정 보조금 가이드라인 수준인 27만원선을 지키고 있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회원 등급제 휴대폰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는 유모씨(29)는 "이렇게 등급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매물 정보에 차별을 두면 단속하기도 더 어려울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등급을 올리기 위해 계속 커뮤니티에 접속을 하게 되니 자연스레 홍보효과나 단골을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일단 VIP 특별회원이 되고 나면 커뮤니티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제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특권의식에서 오는 만족감 때문에 계속 찾게 된다는 것이다.
단속이 철저해지고, 법이 통과될수록 휴대폰 판매업자들은 그 이상을 생각해낸다. 온라인 쇼핑몰과 '뽐뿌'에 이어 비공개 어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네이버 밴드를 이용한 스팟성 판매를 펼치더니, 이번엔 프리미엄 회원 등급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신당국도 속수무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일일이 단속하기가 힘들어 일단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10월부터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런 영업행태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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